![]() 경찰 마크. |
22일 광주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초 각 시도 경찰청에 올해 12월까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초과근무 신청을 제한하라는 취지의 공문인 ‘근무 혁신 강화 계획’을 전파했다. 당초 매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하고 정시 퇴근 정책을 운용하다가 금요일을 추가해 주 2회로 늘린 것이다. 이는 초과근무 수당에 사용되는 예산이 부족하고, 일부 경찰관들이 수당을 부정으로 받다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로 풀이된다.
문제는 신청이 제한된 해당 날에는 직원들이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도 초과수당 지급이 안돼 ‘무급 근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 경찰들은 갑작스레 내려진 조치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양동용 담양경찰 경위는 “경찰관은 정해진 시간만 근무하지 않는다. 강력 범죄나 실종자가 생기면 밤·낮·휴일 없이 수색 및 조사에 나선다. 초과근무는 필연적인 일”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발생한 사건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는 거다. 그럼에도 국가는 수당조차 주지 않겠다고 한다. 정당한 노동에 대한 대가조차 주지 않는다면 누가 일할 의욕이 생기겠나.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황당한 처사다”고 말했다.
휴가를 마음껏 쓸 수도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연가를 사용하면 동료가 대신 근무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초과근무에서 수당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눈치 보여서라도 못 간다’는 게 경찰들의 하소연이다.
익명을 요청한 광주경찰 관할서 팀장은 “안그래도 경찰 인력이 부족한데 자원 근무마저 금지하니 기존 직원들이 연차도 못쓰는 상황”이라며 “위에서는 초과 근무수당이 생기면 이를 대체휴가로 돌려 사용하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데 어떻게 쉽사리 갈 수 있겠나. '악순환을 반복하기 싫다면 그냥 봉사해라’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 각종 지역축제가 늘고 이상동기 범죄 등으로 인한 치안 활동이 강화돼 상반기부터 초과근무 수당에 많은 예산이 소요됐다”며 “무분별한 초과근무를 막고 일·가정 양립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연말까지 초과근무 기준을 축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 노동조합 격인 경찰직장협의회도 ‘이해할 수 없다’며 성명서 발표 등 대응에 나섰다.
전남경찰직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경찰청은 예산운영 실패 책임을 숨긴 채 명예퇴직 재원을 확보한다는 이유를 들어 14만 경찰관들에 손실을 전가했다”며 “초과근무를 저축해 10년 안에 대체휴가로 신청하면 된다고 하지만 동료 휴가로 발생하는 자원근무자 초과근무는 애써 외면한다. 결국 초과근무수당 삭감은 경찰의 노동대가를 착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남직협은 오는 24일 전남경찰청 앞에서 △전남경찰 고위간부 비리 의혹 △초과근무 축소 등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하윤 광주경찰직협회장은 “경찰청은 각 치안센터 폐지에 따라 발생하는 국유재산을 12월까지 기획재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재정조차 마음껏 쓸수 없는 상황에 갈수록 치안 여건도 안 좋아지고 있다. 작금의 문제(초과수당)로 인한 치안 공백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경찰청의 세수 부족을 현장 경찰의 초과근무 수당으로 채우겠다는 점도 개탄스럽다. 애당초 예산을 확보 했어야 하지 않나. 연말에 와서 이러는 건 경찰 사기를 꺾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송민섭·정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