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기다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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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기다리는 마음
곽지혜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3. 12.06(수) 12:45
곽지혜 기자
어느새 거리마다 반짝이는 트리 조명이 설치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다음 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뒤섞여 연말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이렇게 묘한 설렘이 삶에 스며든 연말에는 잇따른 송년회에 지친 아침이라도 캐럴 한곡에 다시 마음이 들뜨고, 늦은 저녁 갑자기 떠오른 추억에 연락 뜸하던 옛 친구들에게 전화 한 통 걸게 되는 따뜻하고도 위험한(?) 감정의 변화들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공휴일이나 명절 연휴, 여름휴가 등 직장인이라면 일단 입꼬리가 올라갈만한 휴일들이 1년 내내 이어지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휴는 무엇인가가 다르다.

이러한 연말의 설렘을 십분 활용한 제품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바로 12월을 하루하루를 세는데 사용되는 특별한 캘린더인 ‘어드밴트 캘린더’다. 어드밴트 캘린더는 보통 12월1일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24일까지의 날짜를 포함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입체카드처럼 생긴 어드밴트 캘린더는 각 날짜에 내용물을 숨길 수 있는 작은 문과 공간을 마련해 놓고 사용자들이 매일 그 문을 하나씩 열어 안에 숨겨진 작은 선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 달력이다. 전통적으로 어드벤트 캘린더는 미국 등지에서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내부에 들어있는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간식을 하루에 하나씩 꺼내먹을 수 있게끔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좋아하는 영화나 콘텐츠의 피규어를 담아놓은 제품을 비롯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의 미니어처 명품 화장품을 담아낸 어드밴트 캘린더도 등장하고 있다. 액세서리, 차, 잼, 커피, 맥주, 위스키 등 그 종류는 더욱 다양해져 이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성인들의 마음도 설레게 한다. 매일 꺼내볼 수 있는 작은 선물 하나로 크리스마스까지 남은 시간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연말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주는 것이다.

어드밴트 캘린더가 판매하려 하는 것은 단순한 초콜릿이나 피규어, 화장품 등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기다리는 마음’을 판매한다. 평일에는 주말을 기다리고, 학생들은 방학을 기다리고, 직장인들이 월급날을 기다리듯이 기다린 다는 것은 내가 얻고자 하는 무엇인가가 나에게 오고 있다는 즐거움을 준다. 어드밴트 캘린더를 구매하면서 그곳에 들어있는 물건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기다리는 마음’을 구매하는 것은 모든 소비자들에게 공통된다. 실패할 수가 없는 마케팅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기다릴 것이 필요한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올해도 어김없이 기다려지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모두에게 넘어진 날에는 다시 일어날 날을 기다리고, 헤어지는 순간에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우는 날에는 다시 웃는 날을 기다릴 수 있는 행복한 연말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