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책>3천년 전 솔로몬 왕은 왜 인생이 헛되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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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책>3천년 전 솔로몬 왕은 왜 인생이 헛되다고 했을까
탁인석 작 ‘별빛 찾아가는 낙타들’
  • 입력 : 2023. 12.21(목) 16:2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 나주에서 태어난 수필가 탁인석이 평생 천착해 왔던 영산강은 그의 문학적 토태이면서 상상력의 곳간이었다. 이번 수필집에서도 그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광주와 전남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담론을 개진했다. 탁인석 작가 제공
탁인석 작 별빛 찾아가는 낙타들. 시와사람 제공
수필가 탁인석.
세 번 째 수필집을 내면서 작가 탁인석은 솔로몬 왕이 남긴 최후의 말을 떠올렸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서 모든 것이 헛되도다.” 3000년 전, 이스라엘의 영토를 가장 많이 넓혔고 지혜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솔로몬은 왜 마지막에 ‘인생이 헛되다’고 했을까.

광주문인협회장을 지낸 수필가 탁인석씨가 세 번째 에세이집 ‘별빛 찾아가는 낙타들’(시와사람 刊)을 펴냈다. 작가가 글을 쓰는 효용성을 ‘인간탐구’라고 정의하는 것처럼 작가는 허무를 극복하고, 그리하여 살아있음의 기쁨을 규명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이번 글은 ‘문화마이더스 탁인석의 세평에세이’라고 책의 성격을 스스로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세평(世評) 에세이’다. 그런 만큼 책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한 작가의 고뇌와 상상력이 문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수필가 탁현수는 이런 그의 에세이를 두고 ‘다산 정약용의 문학관이 머릿속을 지배했다’고 썼다. 실(實)한 세상, 화(和)한 세상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연민이라는 뜻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책은 광주의 문화예술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우리 민족문화에 대한 담론을 개진한다. 우리 문화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는 한편, 역사와 사회 인식 차원의 글을 통해 우리 문화의 위대함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득력 있게 규명하고 있다. 호남의병부터 광주8경과 향교의 재발견, 5·18이 꿈꾼 미륵세상까지 그가 관심을 갖는 분야도 다양하고 깊다. 대마도에서 만난 면암 최익현과 예술이 없는 ‘예술의 거리’에서는 모든 예술장르가 장날처럼 어울려 북적이길 바라는 그의 염원이 담겨있다. 글쓰기는 전방위적으로 그 뿌리가 튼실해야 하고 역사의식 또한 필요 덕목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게 탁인석의 설명이다. 언어의 힘은 국민 창의성의 바탕을 이루고 국민 창의성은 국가의 경쟁력이며 경제 선진국으로 가는 길라잡이가 되는 만큼 한글이 발전하고 세계화될 때 역사의식은 한결 덩실해질 것이라는 것도 그가 가진 믿음이다.

앞서 그는 전작 에세이 ‘문학이라는 마법으로’에서 광주문학의 미래, 작가들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 성공하는 축제의 모델, 인문학의 중요성, 자본주의의 오류인 빈부격차, 우리 시대 만연한 웹서핑의 장단점 등 문학과 문화 전반에 시각을 특유의 사회적 언어로 펼쳐냈다.

탁인석 작가는 “글쓰기는 한마디로 인간탐구를 하는 작업으로 요약할 수 있지만 정작 장르 선택에 있어서는 답이 없다”면서 “이번 수필집은 문화가 대세고 대박이 되는 시대에 문화든 문학이든 계속적인 발전에 대한 나의 열망을 독자들에게 어필해보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캄캄한 사막의 밤에 낙타들이 저마다 ‘인식’의 짐을 싣고 비록 헛되기는 하더라도 죽기 전에 도달해야 할 오아시스를 향해 한발 한발 가고 있다는 게 인생이라는 탁인석. 그래! 인생은 짧고 약속은 못 지키고 그러니 별빛 찾는 낙타처럼 무한정 걸을 수 밖에…. 그가 이번 수필집 제목을 ‘별빛 찾아가는 낙타들’로 한 이유다.

나주에서 태어난 탁인석 작가는 1992년 ‘수필과비평’ 신인상과 1993년 ‘문학춘추’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뒤 그동안 ‘역사, 미래 그리고 교육’, ‘영시와 비평’, ‘문학이라는 마법으로’ 등을 펴냈다. 광주대학교 교수와 한국폴리텍대학 학장, 광주시 교육위원 등을 역임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