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지역사회 뒤흔든 ‘제니퍼 정 자매’ 또 투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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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전남일보]지역사회 뒤흔든 ‘제니퍼 정 자매’ 또 투자사기
미국 국적 한국계 자매 공판
40억원 사기혐의 재판 받아
광주시에 3200억대 투자 제안
본사 부인에 번복 ‘촌극’ 벌여
의사사칭 고소장 추가접수도
  • 입력 : 2024. 01.08(월) 18:42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광주지방법원.
미국계 의료기기 회사 한국법인 대표직을 사칭하며 수십억대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로 이른바 ‘제니퍼 정’ 사건으로 불린 피의자 자매가 재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의사 사칭 등으로도 또 피소돼 있어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미국 국적 한국계 여성 A(51)씨와 동생 B(44)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2년 동안 전문직 종사자 등 4명으로부터 투자 이민 알선·해외 교환학생 참여 등을 빌미로 투자금 4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도 언니인 A씨와 함께 공모해 ‘투자하면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투자금 6억8000만원을 빼돌리고 홀로 벌인 사기 행각으로 2000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C사에 지분 매입 형태로 투자하면 ’투자 이민‘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자녀의 영주권 취득도 가능하다’고 속인 뒤 투자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C사 한국총판 대표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광주시와 지역 설비 투자 협의 과정에 동석하게 하거나, 현지 공장 견학도 할 수 있도록 주선·안내했다. 지연·학연을 매개로 각종 인맥을 과시하거나 확신에 찬 언행 등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 상당수는 자녀 입시를 앞둔 학부모들로 “투자 이민 영주권을 취득하면 미국대학 진학, 취업·졸업 후 비자 문제에서도 혜택이 크다”는 A씨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C사 본사로부터 ‘한국총판 대표는 다른 인물이며 A씨는 우리 기업과 관계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어학원을 운영하며 A씨 사기 행각을 거든 B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직업을 ‘의료기기 사업’으로 설명하며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A씨의 법률 대리인은 “일부 혐의와 관련해 고소인들로부터 받은 돈은 실제 영주권 취득과 의료기기 사업에 사용돼 사기의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투자금을 건넨 지인 중 1명은 (수사기관) 압수수색으로 (약속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투자금을 반환해 합의했다”고 했다. B씨 측도 “A씨와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사기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 공판은 29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재판은 피고인 측과 검찰은 고소인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 A씨는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로 지난 2018년 ‘제니퍼 정’이라는 이름으로 광주시에 3200억원 규모 투자를 제안했고 광주시는 별도 확인 없이 공론화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시는 지난 2018년 2월 ‘의료산업 글로벌 기업 D사가 3000억 원 규모 투자로 일자리 350개를 창출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본사가 ‘투자 계획 없다’고 공식 부인하자 석 달여 만에 번복한 바 있다.

당시에도 A씨가 D사 한국 측 파트너라고 주장하면서 시에 투자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무산됐다. 한국 측 파트너의 실체, 투자 유치 절차 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시가 수사 의뢰를 단념, A씨 농단은 촌극으로 일단락됐다.

이 밖에 A씨가 현지 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 의학 연구대상자 참여 등을 빌미로 돈을 받아 챙겼다는 고소장이 추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