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박병훈>어지러운 세상, 다모클레스의 칼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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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박병훈>어지러운 세상, 다모클레스의 칼을 생각한다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입력 : 2024. 01.29(월) 13:23
박병훈 대표
틀림없이 어지러운 세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부터 이스라엘과 중동까지 21세기를 맞는 지구촌 국제정세는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전망할 수 없을 만큼 혼돈에 빠져있다. 세계 열강들도 극명한 자국중심주의로 치닫고 있다. 자국중심주의는 자유무역의 약화와 함께 보호무역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수출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의 현실적이고 잠재적인 위협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국내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진영 간의 대립과 계층 간의 대립은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다. 평범한 시민들은 고물가와 높은 이자에 시달리며 생존의 기본 조건인 의식주마저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기득권층의 카르텔과 그들만의 리그를 확인해야 하는 일반 국민의 설움과 울분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부패했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말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시민들의 믿음과 희망이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악이 평범화된 리더들을 더 이상 지켜보는 것은 지겹다.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마다 국민들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짜 뉴스다. 필자 한사람의 유권자로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세웠다. 첫째, 그 사람이 얼마나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이타성과 협동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특성이 아니다. 오랜 삶의 과정에서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 형성되는 속성이다. 이타성은 이타성을 낳기 때문이다. 이타성은 자신이 속한 환경 내에서 직접 관찰하고 경험할 때 학습하여 실천하게 된다.

이타성을 발휘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타적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타성이 확산되면 협동심이 증대된다. 이타성은 구르는 눈덩이와 같다. 사용할수록 커지는 자원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므로 나는 무임승차를 하지 않고 이타성을 실천해온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그래야 금뱃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하더라도 고개를 빳빳히 세우지 않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둘째, 공감적이고 부드러운 언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언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언어는 인간이 세상을 정돈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의 사고와 감정을 범주화하는 수단이 언어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한 사람의 사고체계와 감정, 세계관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미성숙하고 편협한 사람의 언어는 단편적이고 감정적인 언어로 채워진다.

셋째, 자신을 돌아보고 깊은 사유를 통해 현실에 관한 통찰력, 국민들의 고통과 아픔에 천착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성찰의 자세를 갖춘 사람을 선택하고 싶다. 넷째, 기후위기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대안을 가진 사람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비전을 갖춘 사람말이다.

욕심을 하나 더한다면 다모클레스의 칼을 머리 맡에 두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4세기의 인물이다. 그는 시칠리아 시라쿠스의 참주였던 디오니시오스 2세의 측근이었으면서 왕의 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사치와 특권을 누렸다. 이를 본 디오니시오스는 어느 날 다모클레스를 거창한 연회에 초대해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 아래에 앉혔다. 그의 권좌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풍전등화와 같다는 것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온갖 사치와 특권으로 점철됐던 다모클레스, 그도 말총 한 가닥에 매달린 검을 보면서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서 유래된 다모클레스의 칼은 누군가의 머리 위에 걸려 있는 지속적인 위험이나 임박한 운명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은유다.

이제 곧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실시된다. 후보자들에게 감히 요구한다. 다모클레스의 칼처럼 국민들을 두려워 해야 한다고. 다모클레스의 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유와 성찰에 기초해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준비와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우리에게는 광야에서 메추라기를 함께 먹고 추위와 더위를 함께 견디는 이타성과 협동심을 갖춘 평범한 시민이 필요하다. 과연 그 사람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