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글로벌에세이·최성주>북한 도발·트럼프 재등장 가능성 철저한 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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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글로벌에세이·최성주>북한 도발·트럼프 재등장 가능성 철저한 대비 필요
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84) 2024년, 전쟁, 그리고 선거
  • 입력 : 2024. 01.30(화) 15:36
최성주 교수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국제정세에 대한 전망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2024년을 걱정스럽게 조망하고 있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두 개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이어, 작년 10월부터 이스라엘-하마스도 교전 중이다. 두 개의 전쟁은 국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뒤흔든다. 3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겨우 회복단계에 들어선 세계 경제에 어려움을 배가시킨다. 또한, 올해에는 7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가짜뉴스 등을 통한 악의적 선거개입 우려가 제기된다. 국제질서가 전쟁과 대결이라는 지정학적 구도에 매몰되면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대응 재원확보 등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으로 많은 민간인들이 죽고 있다. 또한, 전쟁은 전 세계적인 식량 및 에너지 위기는 물론, 공급망 질서를 교란시킨다. 우크라이나가 군사 대국인 러시아에 2년째 대항할 수 있는 배경은 첫째,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둘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항전 의지, 그리고 셋째는 서방의 무기 지원이다. 이 중, 실전(實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탄과 전차, 전투기 등 공격무기의 지속적 제공이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면서 미국의 관심은 이스라엘과 중동에 쏠려 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이스라엘에 군비를 쏟아붓는다. 그러다 보니, 요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많이 저조해진 상태다.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조차 친러 성향 일부 국가(특히, 헝가리)의 반대로 차질을 빚고 있다.

작년 10월초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 이스라엘의 과도한 대응으로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다분히 국내 정치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에 반하여 사법 개혁을 강행하다가 범국민적인 저항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역설적으로 네타냐후가 회생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의 상황 완화를 위한 미국의 제안을 배격하며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소탕작전을 지속하면서,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불사할 것임을 공언한다. 그런데, 이란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은 직접적으로 전쟁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물론,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또는 이란의 무력공격, 미국의 대응 등 향후 상황 전개 여하에 따른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동시에,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올해에는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그리고 11월 미국 대선 등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새로 선출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친미 독립 노선에 비추어, 중국과의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 전방위(全方位)적인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대만 문제로 계속 첨예하게 대결할 것이다. 향후 대만-중국 관계는 한반도의 안보 및 경제 상황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3월 선거에서 압승이 확실시되는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지구전을 벌이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는 북한 김정은은 우리의 4월 총선을 계기로 선거 개입 및 혼란 조성 목적의 사이버 공격은 물론, 고강도의 군사도발을 자행할 우려가 크다. 그런데, 올해 지구촌의 선거 중 최대 관심사는 11월의 미국 대선이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진단하듯이, 올해의 최대 위험은 소위 ‘트럼프 리스크(risk)’다. 특히, 트럼프 1기 정권 당시 크나큰 폐해를 경험한 국가들은 트럼프 2기의 도래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응하는 일이다. 무기 거래 등 러시아-북한의 노골적 밀착, 그리고 유엔 제재를 비웃는 중국-북한의 협력이 우리 안보에 주는 위협에 유효하게 대처해야 한다. 마침, 한국은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보리의 이사국을 맡고 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김정은의 대남 위협이 적대 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 근본 대응책은 군사적 측면에서의 자강(自强)이다. 아울러, 미국 대선 이후에도 한미동맹이 견고히 유지되도록 다양한 옵션들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특히, 동맹을 상거래(transaction)적 관점에서 다루려는 트럼프의 재등장 가능성에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