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작가 에세이·기세규>동양고전에서 보는 부부지도(夫婦之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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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작가 에세이·기세규>동양고전에서 보는 부부지도(夫婦之道)
기세규 광주유학대학교수·인문경영학박사
  • 입력 : 2024. 02.01(목) 10:38
기세규 광주유학대학교수
부부(夫婦)란 가장 간단한 표현으로 결혼한 한 쌍의 남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생물학적 결합의 의미일 뿐 인간관계 중 지고지순한 부부관계를 표현하기는 너무도 부족하다. 전혀 서로 다른 남녀가 합하여 이룬 부부관계는 반드시 도리가 있어야 함이니 이를 부부지도(夫婦之道)라 한다. 부부의 도리를 지키며 사는 것은 모든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며 만복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또 가장 지키기 어려운 도리라 부부가 함께 평생 노력하지 않으면 이루기 어려운 길이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잠시라면 몰라도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서로 관계를 맺어가며 생존해 가는 것인데 이름하여 인간관계인 것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관계는 부부다. 부부의 관계는 지극히 이질적이면서도 창조적이기 때문에 모든 인간관계의 생물학적 기본 바탕이며 인간이 존속될 수 있는 근원인 것이다. 부부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또한 이로써 생명이 탄생되지 않으면 어찌 부자, 군신, 붕우, 장유의 관계가 형성 되겠는가. 그래서 사서 중 가장 철학적 내용을 깊이 있게 담고 있는 중용에서는 부부의 도를 성인의 경지 이상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즉 가장 어리석은 부부의 도라 할지라도 그것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성인도 지향해야 할 지고한 도라는 것이다. 또한 군자의 도는 필부필부(匹夫匹婦)에게서부터 발단되지만, 그 시초는 평범한 부부에서 시작되고 그 지극함에 이르면 천지를 드러내는 것이다고 했다.

여기서 부부는 필부필부 즉 평범한 남녀이거나 실제 남녀의 결합체인 부부를 지칭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양사상의 기본 중 하나인 음양의 법칙에 있어서도 음양을 대등한 위치에서 논하고 있다. 주역에서 일음일양(一陰一陽)을 일러 도(道)라 하고 이 도를 이어가는 것이 선(善)이며 이 도를 이룬 것이 성(性)이라 했다. 음양은 단지 서로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지 음이 양보다 못하다거나 나아가 음인 여(女)가 양인 남(男)보다 못하다는 것은 근본 동양사상 즉 선진유학(先秦儒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서양은 여(女)를 존중하는데 동양은 여를 비하해 왔다는 생각은 전혀 착오이다. 물론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서양은 기독교 창세기 역사에서부터 여성을 남자의 종속물로만 그 존재성을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지어미라 부르라(창세기 23)’나 ‘각 남자의 머리는 그리스도요 여자의 머리는 남자요… (고린도전11)’ 등이다. 중세시대라는 특수성이기도 하지만 일부 여성을 마녀로 내몰아 마녀사냥이라는 비극적인 경우가 있었고, 또한 여성의 참정권이 우리나라와 같이 생각보다는 늦은 20세기 초 중반에 와서야 인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이루어진 친족 및 상속 분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부계 친족제도가 강화되고 남존여비사상이 깊게 뿌리를 내린 것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으로 기존 사회질서가 무너져 버림으로써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부 변질된 주자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나타난 17세기 중반 이후 현상으로 본다. 이 싯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부부의 관계를 설정하고 이끌어 가야하는가. 고전을 통하여 그 답을 얻고자 한다.

첫째로 부부는 논어에서 말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관계이다. 화이부동 즉 조화롭되 같지 않다. 남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무작정 의미 없이 한 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부부관계에서도 화이부동은 부부가 서로 다른 성향에 따른 개성, 뜻, 취미 등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며 그 가운데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둘째로 상경여빈(相敬如賓) 고사에 답이 있다. 후한서 극결 부부의 이야기로부터 비롯된 상경여빈의 뜻은 부부는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서로 공경하되 늘 손님 대하듯 한다는 말이다. 부부가 서로 상대방의 인격과 역할을 존중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유교의 오륜 중 하나인 부부유별 역시 부부간에는 역할의 구별이 있으며 서로의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동양고전은 현대인들의 오해와는 달리 부부의 관계에 있어서 남녀평등을 말하고 있다. 뜻밖에 요즘 황혼 이혼이 젊은 부부들의 이혼율을 넘는다고 하니 이는 전통적으로 존중되고 있는 부부 상호간에 지키고 존중되어야 할 부부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음으로 인함이다. 이제 지고(至高)한 부부지도를 지키며 살 수 있는 지혜를 진정으로 다시 생각해 볼 싯점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