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굽이진 달동네 '발산마을'의 고즈넉한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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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굽이진 달동네 '발산마을'의 고즈넉한 예술
서구도시재생사업 프로그램
빈집 매입 해 무상임대 제공
갤러리· 공방·작업실 등 15곳
  • 입력 : 2024. 02.04(일) 17:3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 서구 발산마을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예술그룹 라피아(LapiA)가 지난해 진행한 청년작가 전시의 모습.
굽이진 달동네의 골목에 있는 여러 옛집. 빈집인가? 활짝 열어진 대문 탓에 왠지 모르게 내 발길을 이끈다. 들어가 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아기자기한 소품이 즐비한 공방과 청년 예술인들의 열정이 깃든 작업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광주 서구가 발산마을 도시재생사업 일환으로 빈집을 매입하고 리모델링해 조성한 무상임대 공간이다.

문화컨설팅과 교육 등을 전문으로 하는 예술그룹 라피아(LapiA)의 둥지는 이곳 발산마을이다.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기 넉넉지 않은 공간에 조금은 후미진 처마와 벽체가 오히려 예술적 영감을 준다. 지워진 벽화, 흙 떨어지는 소리, 경사를 조심히 걷는 주민들…. 주변의 모든 것들이 문화재생의 콘텐츠가 된다.

김종규 라피아 대표는 “지난 2020년부터 미술 전공자 5명이 이곳 발산마을 사무실에 모여 여러 문화예술 기획을 펼치고 있다”며 “임대료가 안 들어간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발산마을에서는 청년작가들을 모아 소규모 전시를 열거나 인근 광천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벽화교육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산마을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예술그룹 라피아(LapiA)의 내부 모습.
문화 인프라가 하나도 없는 달동네에서 문화 사업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들지만, 은근 숨은 문화공간이 많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 김 대표는 “2010년대 초중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발산마을에 모인 청년들이 아직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며 “공연이나 문화 프로그램을 열 때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 서구 산마을에 있는 빈집을 리모델링해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공방 SSEM(쌤)의 내부 모습.
1990년대 전형적인 주택건물을 연상케 하는 붉은 벽돌이 매력적인 공방 SSEM(쌤)도 있다. 윤민정 대표는 이곳에서 뜨개질과 재봉틀 작업을 한다. 아늑한 가정집처럼 보이는 내부에 재단 작업실과 함께 여러 천 공예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시의 소품점만큼 세련되지 않았지만, 나름의 따뜻함을 준다.

윤민정 대표는 “공방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원데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요즘은 인도 전통 무늬의 천을 통해 앞치마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발산마을에서 서구가 조성한 무상임대 공간에 들어선 팀은 총 15개. 이들은 저마다 3년에서 5년까지 서구와 임대 계약을 맺고 발산마을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천천히 느리게 발산마을에서 일상을 살아간다.

이외에도 발산마을에는 페트병 병뚜겅으로 여러 재활용 소품을 만드는 플라스틱 정류장, 양학선 체조선수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을 꾸민 양학선기념관, 공폐가로 방치된 집을 리모델링해 발산마을 어머니들이 기증한 소품들을 전시한 양3동 역사문화박물관, 방탄소년단(BTS) 제이홉 벽화 등이 즐비해 있다.

한편 서구 발산마을은 1970~1980년대 방직공장 여공들이 셋방살이하던 달동네다. 1990년대 이후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쇠퇴했지만, 2015년 도시재생사업을 시작으로 다시 청춘이 모이는 청춘발산마을의 슬로건을 갖고 오래된 골목의 마을 문화와 청년들의 문화가 어우러지는 마을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광주 서구 발산마을.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