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호 추진단 과장 |
교육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을 말했던 그 대통령이 지금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밤 8시까지 학교에서 돌보겠다고 한다. 올해 1학기 2000개 이상의 학교에서 시작해 2학기에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내년에는 대상자를 2학년으로 늘리고 2026년에는 초등학교 모든 학년 학생이 늘봄학교의 대상이 된다. 시간도 아침 7시부터로 더 늘어난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늘봄학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사교육도 경감될 뿐만 아니고 저출생 반등도 충분히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초등학생들을 학교에 붙들어 두고서 그 부모는 무얼 하고 싶을까? 꺾꽂이나 줌바 댄스를 하면서 자기만의 생을 살아갈까? 아니면 마트나 식당에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을까? 돌봄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기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어다 주는 부모님에게 감사할까? 아니면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만나게 되는 엄마의 얼굴을 피하고 자기 방으로 조용히 들어가버릴까? 그런 돌봄학교가 정말 이주호 장관의 바람대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외로움과 고통의 재생산을 거부하는 것만이 그나마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여기게 될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장시간노동을 다른 돌봄 노동자의 불안정노동으로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노동정책이었다. 학교 돌봄에서 부딪치는 수많은 갈등과 모순은 ‘아이들의 돌봄’만이 아니라 ‘노동자의 돌봄’, ‘시민의 돌봄’, ‘자연과 사회의 돌봄’이라는 보다 확장된 관점을 요청했다. 돌봄의 공간적·시간적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면, 우리는 ‘모두가 함께 돌봄이 가능한 삶’을 계속 놓칠 수밖에 없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에서 김창엽이 한 말이다. 우리는 3대 개혁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사회에 살고 있다. 내가 많은 돈을 버는 좋은 직장에 다니더라도 그 소득의 상당 부분을 국민연금으로 내어놓을 줄 알아야 한다. 사교육으로 선수학습을 했든 학교에서 EBS교재를 열심히 풀었든, 혼자만의 노력으로 더 많은 소득을 누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좋은 대학 나온 정치인들이 이중화된 노동시장을 용인한 채 소수정당들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연금개혁으로 노동개혁을 이루고, 그 힘으로 교육개혁을 앞당겨야 한다. 또한 교육개혁은 노동개혁과 연금개혁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당장 광주에서만이라도 공무원시험에서 영어 과목을 없애보자.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몰라 어려워했던 기억은 없다. 그러면 적어도 영어유치원에 갈 필요라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이제는 다들 눈치채셨을 줄로 안다. 3대 개혁을 부르짖은 그 대통령이 바로, 아홉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다. 그 고집과 뚝심으로 3대 개혁에 매진했다면 우리가 지금은 더 서로를 배려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되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