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일회용 플라스틱 ‘금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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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일회용 플라스틱 ‘금지가 답이다’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
  • 입력 : 2024. 02.05(월) 15:02
임낙평 전 의장
캐나다 항구도시 밴쿠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Single Use Plastics)’은 사용금지다. 커피전문점이나 페스트푸드점, 빵집이나 요식업소, 백화점 등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품인 컵이나 뚜껑, 접시와 그릇, 교반기, 빨대, 냅킨 그리고 백(비닐 백)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지난 12월 캐나다 정부의 금지를 규정한 법이 발효되었다. 정부 금지법 이전에도 지방정부로서 밴쿠버는 조례제정으로 유통을 금했다. 밴쿠버를 포함하고 있는 주 정부도 금지를 채택한 바 있다. 파리, 런던, 웰링턴 등 많은 도시나 지역에서도 금지다. 많은 국가에서 국법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고, 중앙정부가 소극적이면 지방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유엔은 지금 ‘국제플라스틱 협정’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22년, 유엔환경총회는 지구적 차원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이겨내고자 2024년까지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협정을 체결할 것을 결의했다.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와 인류가 직면한 거대하고 화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유엔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마지막 ‘5차 정부 협상위원회’를 개최하여 협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기후변화협약, 생물종다양성 협약과 함께 세계 3대 환경협약의 하나로, 모든 국가는 플라스틱의 생산, 유통 그리고 폐기에 대한 정책을 확고히 해야 한다.

유엔 자료에 의하면, 인류는 연간 4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생산 소비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4배 증가했다. 방치하면 2050년경, 3배로 증가한다. 매년 바다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1,300만 톤, 어마어마한 양이다. 쓰고 버린 플라스틱은 소각, 매립되거나 자연에 버려지고 있다. 재활용을 그렇게 강조하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9%로 미미하다. 소각하면 유해 물질을 방출하고, 매립이나 자연에 버려지더라고 수백 년 썩지 않고 공해를 야기한다. 플라스틱은 99% 화석에너지인 석유산업에서 온다. 플라스틱 사용량의 증가는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과 직결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과정에서 잘게 부서진다. 이렇게 5㎜ 이하, 1nm(나노미터, 10억분의 1m)까지 부서진 덩어리들이 미세 플라스틱이다. 이 미세 플라스틱이 자연계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생수(먹는 샘물)에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 마리나 해구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의 눈 속에서, 심지어 사람의 혈액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고 있다. 땅과 물, 하늘은 물론 동물이나 사람의 체내에서까지 미세 플라스틱이 들어와 있을 만큼 심각하다.

유엔은 플라스틱 협정을 통해 2040년까지 현 수준에서 플라스틱 생산을 50% 이상 감축할 것을 목표로 제한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나 전문가들은 70-80%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체들과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돈벌이에 큰 차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법적 구속력 있는 협정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전체 생산량의 35-40%, 오직 딱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진다. 편리하고 이로움의 상징이다. 금년 말 플라스틱 협정에서 이들을 금지하자는 주장이 강하다.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일까? 대단히 소극적이다. 국제사회에서의 확고한 입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법적 정의도 없다. 일반 일회용품의 일부로 치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포기했다. 국내에서는 커피집이나 페스트푸드점, 식당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나 교반기, 일회용 컵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확실히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이다. 플라스틱 협정의 탄생을 앞두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제적으로 지구환경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지구의 날 네트워크’는 금년 지구의 날(4. 22)의 주제를 ‘지구대 플라스틱(Planet vs. Plastics)’으로 정했다. 플라스틱과 한 판 하자는 취지이다. 그들은 특별히 협정 탄생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2040년까지 60% 감축’과 ‘2030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을 채택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금지가 답이다.’ 이런 국제적 흐름에 우리 사회도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