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영농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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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영농일지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4. 02.07(수) 12:57
박찬규 센터장
영농일지는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기록이다. 영농일지는 작성일자, 작업내용, 작업면적, 작업인원과 작업시간, 온도, 평균기온, 강수량, 풍속, 습도, 일조량, 작목코드 등을 기록하여 재배하고 있는 작물의 상태를 일별로 작성하는 서식을 말한다. 그리고 영농일지를 작성할 때는 작물의 상태와 작물의 크기를 구체적인 항목으로 구분하여 경작하는 논·밭의 상태와 당일 작업한 내용을 상세히 기재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어 재배하고 있는 작물의 상태를 사진으로 첨부하여 일지를 작성하면 관리하기가 수월하다. 영농일지를 작성함으로써 작물의 파종시기와 수확 시기, 생육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병충해 방제와 시비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일 년 365일 매일매일 기후가 변하기 때문에 농사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1년 동안의 기록물 관리가 농사일을 해나가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필자는 영농일지가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동안 감으로 농사일을 해왔었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아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허둥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올해는 1년 농사 계획을 세우고 일정대로 실행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농사일을 하면서 작년까지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가 제초작업이었다. 어떤 작물을 심어도 풀을 이겨낼 수는 없기 때문에 풀을 제 때 제거해주어야 한다. 논에서는 겨울에 로타리를 치고 봄에 써래질을 하면서 제초제를 뿌리고 모를 심기 때문에 풀이 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요즘은 친환경 농법으로 우렁이를 논에 키워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어쨌든 벼농사에서는 미리 제초제를 살포하고 모내기 후에도 풀이나 피만 제거하는 농약이 있어서 풀 때문에 크게 고충을 겪을 일은 없다. 다만 논둑의 풀이 하루만 자고 일어나도 쑥쑥 자라서 논둑 풀을 베는 일이 논농사에서 고된 작업에 속한다. 밭농사의 경우는 정말이지 풀과의 전쟁이다. 아무리 제초제를 뿌리고 파종을 해도 어느새 풀이 먼저 자라며 올라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과일나무 밭에는 때 맞추어 애초기로 풀베기 작업을 하였으나 올해부터는 생각을 바꿔서 잡초매트를 깔려고 한다. 잡초매트는 정부에서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자기부담이 들기는 하지만 가성비가 훌륭한 제거방법이다. 올 해는 주로 과수나무가 있는 밭에 잡초매트를 깔려고 한다.

혼자서 하는 일이라서 어설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요즈음은 기온이 따뜻해서 일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작업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농촌의 겨울은 해가 더 빨리 지는 것처럼 느낀다. 나무 전정도 새순이 나오기 전에 끝내야하기 때문에 구정 전까지는 시간을 아껴서 써야 한다. 밭일 중에서도 고추모종을 직접 키우는 일이나 고구마순을 직접 키우는 일에 대해서 영농일지를 써왔다면 적절한 시기에 맞춰 일을 해나갈 수 있을텐데 그동안의 기록이 없다보니 기껏해야 인터넷을 찾아보며 감에 의존하여 일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귀농·귀촌해서 농사일을 시작하게 되면 첫해부터 영농일지를 쓰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밭작물은 종류도 다양해서 제 때 파종을 해야 수확량의 감소를 막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영농일지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비교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나간다는 점이다. 작년에 재배한 고추농사가 파종시기가 늦어서 수확량이 줄었다든지 병해충이 많았다든지 등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일자별로 기록이 되어 있다면 작년 농사와 비교하여 더 잘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이 쓴 영농일지는 농사일에서 최고의 스승이 된다. 올해 처음으로 잡초매트를 깔면서 풀과의 전쟁에서는 이길 수 있을 지라도 과일의 맛과 생산량에 대하여는 여전히 자신이 없기 때문에 영농일지를 촘촘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