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캔버스를 논밭 삼아 모내기하듯 철의 일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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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캔버스를 논밭 삼아 모내기하듯 철의 일상 기록
25일까지 정명숙 작가 초대전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화순 오가며 계절의 흔적 담아
  • 입력 : 2024. 02.19(월) 16:0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오는 25일까지 광주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정명숙 작가의 작품들.
“나도 알게 모르게 나는 철이 든 어른이 되어 있었다. …철이 든다는 것, 철이 들어 산다는 것. 젊은 날의 열정과 고민들을 겪으며, 이 세상 모든 일이 나를 위해 준비된 선물이었음을 깨닮는 일인 것이다.” (정명숙 작가노트 중)

자연 속의 아름다움을 빛으로 그려 작품에 담아낸 정명숙 작가의 초대전이 오는 25일까지 광주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림모내기, 모든 것은 빛난다’라는 타이틀로 광주~화순을 오가며 겪은 사계절의 철을 솔직담백한 감상으로 작품에 녹여냈다. 특히 ‘그림모내기’ 정 작가가 몇해 전부터 전시 타이틀로 활용하고 있는 문구다. 마치 캔버스를 논밭 삼아 모내기를 하는 그의 작업을 은유하고 있다.

정명숙작가는 얇은 한지를 동그랗게 잘라서 캔버스와 종이 위 무한반복적으로 붙여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다. 시대의 거대한 서사보다는 일상의 작고 소중한 서사에 눈길을 두었고 육중하고 현란한 소재보다는 가볍고 소박한 종이를 통해 사계절의 멋을 드러냈다.

흘러가는 일상을 쌓아가듯 동그라미를 붙여갔다. 동그라미는 정명숙이라는 작가를 상징해 갔다. 작고도 큰 동그라미들이 합주를 하듯 화면 안에서 자유로운 조형을 구축해 나아갔다. 한 인간이자 작가, 아내, 엄마 등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자잘하고 소중한 면면들을 작은 동그라미로 보듬어 내기를 반복했다. 쌓아 올린 동그라미들이 축적해 가는 건 시간뿐 아닌 작가 자신의 마음이자 열망이었다.

작은 변화 기점은 몇 해 전 작업실을 화순으로 옮기고부터이다. 너른 들판을 마주한 작업실을 오가는 일들은 정명숙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부여하기 충분했다. 광주에서 화순을 오가는 길, 어김없는 계절을 지나오며 마음을 한껏 충만하게 해주었던 건 너른 자연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일상을 비추던 시선은 ‘자연’이라는 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한 해, 두 해 철을 쌓아간 흔적들은 이번 전시 주요 작이다. ‘춘하추동’ 사계와 인량동길에서 느낀 계절 봄과 여름 사이 ‘모내기 시즌’을 포함한 5계절의 색을 보여준다.

정명숙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한국화 전공)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광주교육대학교와 조선대학교에 출강했으며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문화예술관련 활동들도 진행하며 10여 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광주국립박물관, 진도 현대미술관, 대광여자고등학교, 중국 길림 서화성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한편 광주 남구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바로 옆에 위치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아트폴리곤’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모든 문화 활동을 허용하는 복합전시공간’이다. 원요한 선교사 사택의 차고로 쓰였던 10평 남짓한 공간이었는데 원래의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증축해 현재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앞으로 전시, 강좌, 공연 등의 형식으로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의 프로그램들을 자체 기획 혹은 외부의 제안을 받아 진행할 예정이며, 호랑가시나무 창작소의 참여 작가들이 창작한 성과물 역시 정기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