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공항 폭발물 신고에 운항중단…우편물 판명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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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광주공항 폭발물 신고에 운항중단…우편물 판명 '안도'
제1전비 폭발물 의심신고 접수
군·경찰 2시간 동안 공항통제
줄줄이 결항…환불·변경 조치
"여행·출장 일정 꼬여 난감함"
  • 입력 : 2024. 02.19(월) 18:27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기지 내 우편취급소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돼 광주공항 활주로가 전면 폐쇄된 19일 광주공항 대합실에는 공항 페쇄 안내문이 내걸렸다. 나건호 기자
광주 공군제1전투비행단기지 내 우편취급소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우편물이 발견돼 광주공항 활주로가 전면 폐쇄된 19일 광주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나건호 기자
“현재 군기지 내 상황으로 인해 운항이 일시 중지됐음을 알려드립니다.”

19일 오후 3시께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 내부에선 항공기 결항을 안내하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로 옆에 위치한 공군제1전투비행단 기지에서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항행이 전면 중단된 것. 다행히 ‘오인 신고’로 밝혀졌지만 예상치 못하게 발이 묶이게 된 이용객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광주공항 카운터에는 항공편을 환불·변경하기 위한 이용객들의 줄이 길게 늘어졌다. 직원들은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 채 쉴 새 없이 라운지를 뛰어다녔다. 이용객들은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지만, 직원 역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일단 줄을 서 주시라’고 답할 뿐이었다.

순식간에 길을 잃은 이용객 수백 명은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결항 이유를 아예 듣지 못하거나 ‘기상 악화’ 등으로 잘못 전달받은 이들도 있었다. 곳곳에선 가족·친구 등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토로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결항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카운터에서 줄을 서고 있던 이규동(44)씨는 “오랜만에 딸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려고 했는데 갑자기 결항이 됐다는 문자를 항공사로부터 받았다”며 “어렵게 시간을 냈는데 환불 받아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양은옥(74)씨 역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려던 계획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하소연했다. 양씨는 “오전 비행기였는데 안개 때문에 계속 지연되다 2시쯤 수속을 마쳤다. 그런데 탑승구에서 20~30분을 이유도 모른 채 대기하다가 갑자기 활주로가 폐쇄됐다고 해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숙소를 곧바로 취소했다. 렌터카 비용은 이미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한다. 아들이 보내준 여행이었는데 속상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출장차 비행기를 타려던 직장인들은 난감해했다.

회사에서 영업 직무를 맡고 있는 지모(36)씨는 “당장 오늘 예약된 미팅이 있었는데 사정을 설명하고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주 출장을 다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등에서 땀이 났다. 회사에 제출할 결항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항 내부를 수색하는 폭발물처리요원과 보안요원들의 모습을 발견한 이용객들은 ‘무슨 일 있는거냐’, ‘폭발물이 나왔다는데?’라며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진형(25)씨는 “친구가 ‘폭발물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는 기사 링크를 보내줘 이 상황(결항)을 뒤늦게 이해했다”며 “별 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조금 무섭다”고 말했다.

모 항공사 관계자는 “제주에서 광주로 오는 여객기 일부는 이미 이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비행기는 모두 다시 제주로 회항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용객 추가 불편이 없도록 환불·변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항 사정으로 인한 결항이기 때문에 취소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신고 접수 2시간여 만인 오후 3시42분께 군 당국은 폭발물 의심 물품이 폭발물이 아닌 일상용품임을 확인했다. 상황 종료 직후 폐쇄됐던 활주로는 다시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이미 결항 결정된 항공편에 대해서는 운항 재개가 어려워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선제적 조치로 인근지역 주민 대피, 항공기 이착륙 중지 등을 실시했다”며 “공군 폭발물처리팀이 현장에 진입해 확인한 결과,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폭발물 테러 의심 신고로 인해 결항된 항공편은 제주행 18편(출발 10편·도착 7편), 서울행 2편(출발 1편·도착 1편) 등으로 총 20편에 달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