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고전 명화의 감동…신세계갤러리 ‘한국미술의 거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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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전남일보]고전 명화의 감동…신세계갤러리 ‘한국미술의 거장들’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 전시
김환기·오지호·천경자 등 9인
미술계 선구한 시대 역작들
  • 입력 : 2024. 02.20(화) 16:40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신세계갤러리가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한국미술의 거장들’을 오는 3월 4일까지 선보인다. 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광주신세계갤러리는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 특별전 ‘한국미술의 거장들’을 오는 3월 4일까지 19일간 개최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소장품 5385점(2022년 수집완료 기준) 중 9작가의 작품 19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에 남은 거장들의 원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자 오랜 기간 광주에서 운영되온 두 미술 기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광주시립미술관 주요 소장품을 선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광주시립미술관과 광주신세계갤러리가 광주 미술문화 발전을 위한 협력을 이어나가고자 기획됐다.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인 김환기, 한국적 인상화풍을 대표하는 오지호,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와 같은 전남 출신의 작가를 포함해 박서보, 서세옥, 이우환, 이응노, 이중섭, 하종현까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9인의 작품 19점을 선보인다.

신안에서 태어난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서정적인 동양미를 서구 모더니즘에 접목해 독창적인 추상화면으로 선보였다. 달과 산, 구름, 학 등 한국적 소재와 정서 탐구에 열중했으며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낸 뉴욕에서는 구상적인 회화세계에서 벗어나 반복되는 점을 통해 무한의 추상공간을 펼쳐냈다. 이번 전시작들은 뉴욕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동양적인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해 전통성과 현대성을 겸비한 회화 세계를 보여 준다.

박서보는 한국의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다. 1957년 ‘회화 No.1’으로 국내 최초의 앵포르멜 작가로 등극했으며 1970년대 이후로는 단색화의 기수로서 독보적 화업을 일궜다. 박서보 작가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반복적 작업을 통해 화면 전체를 채워낸 ‘묘법’ 연작이다. 유백색 물감을 칠하고 반복적인 연필 긋기를 통한 수행적 작업으로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산정(山丁) 서세옥은 정통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회화를 선보이며, 한국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동양화의 혁신운동에 앞장선 그는 전통적 소재들을 절묘한 필치로 간략하게 표현하고, 추상성과 단순성을 토대로 현대적 동양화를 개척했다. 1950년대에는 점과 선을 중심으로 한 수묵 추상작업으로 현대미술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1970년대부터는 인간에 대한 관조와 명상을 바탕으로 자연에 귀의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사람’ 시리즈를 제작했다. 군중의 움직임과 형체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면서도 역동적인 형상과 여백의 미를 담아낸 ‘사람’ 시리즈 중 하나인 ‘군무’는 작가 특유의 조형성을 보여준다.

오지호는 한국적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 그는 색채를 통한 이상향을 구현하고자 지속적으로 작업에 몰두했다. 특히 인상주의 화풍의 밝은 색채로 한국의 풍정을 담아냈다. “그늘에도 빛이 있다”, “그늘은 빛이 가려진 것이 아니라 빛이 변화된 것”이라는 지론은 그의 모든 작품에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1948년부터 1960년까지 조선대학교 미술과 교수로 재직하며 호남지역 미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고 한국 구상미술의 거목으로 남아있다.

이우환(1936~)은 한국 단색화의 주요 거장 중 한 명이면서 평론가다. 그는 1956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1961년 니혼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후 본격 미술계에서 활동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한국 국적 작가로 여러 불이익을 받기도 했으나, 파리비엔날레, 상파울로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 등 권위 있는 국제전에 참여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와 같은 회화 작업과 ‘관계항’과 같은 조각 작품은 그의 대표작이다.

고암 이응노는 서화전통을 활용한 현대적 추상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으며 대표작으로 한자와 한글을 재해석한 ‘문자추상’, 단순하게 표현된 인물들이 돋보이는 ‘군상’ 등이 있다. 한국전쟁 때 헤어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동베를린에 갔다가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1967년 강제송환 된 뒤 무기징역을 선고받는 고통을 겪기도 했는데 1년 8개월간 투옥기간 제작한 300여 점 옥중작품은 새로운 예술세계를 개척해 온 거장의 열정을 보여준다.

이중섭은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로 손꼽히는 작가다. 6.25 전쟁으로 가족과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인생의 중대한 경험을 했다. ‘소’ 연작, ‘부부’ 연작 등 대표작들을 제작하고, 이후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그리움을 달랬으나, 1956년 간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능수능란하면서도 강렬한 선의 표현을 바탕으로 단순한 형태 속에 역동성, 해학미, 향토성을 담아낸 특유의 화풍은 유화뿐만 아니라 담배포장지에 그린 은지화, 가족에게 보낸 편지 그림 등 드로잉 작업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천경자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한국의 프리다 칼로’, ‘꽃과 여인의 화가’라 불린 채색화 작가이자 수필가입니다. 특히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목격한 환상적인 풍경과 여성의 초상, 식물과 꽃, 뱀과 같은 모티브를 상상적으로 표현한 채색화로 결실을 맺으며 천경자만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확립하게 됐다.

하종현(1935~)은 앵포르멜부터 단색화까지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만들어간 한국의 대표적인 추상화가입니다. 다양하게 펼쳐진 하종현 작가의 작품을 대표하는 것은 1974년 시작된 ‘접합(Conjunction)’ 연작이다. 접합 연작은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천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굵은 올의 마대와 마대의 뒤쪽에서 밀어낸 유화물감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 이루어 내는 독특한 표면은 어떠한 서술적, 구상적 표현도 없이 표면 질감 자체가 만들어내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2010년대부터는 색채를 화두로 한 ‘이후 접합’을 선보이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