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어이 병원 떠난 전공의들… 정부, 업무복귀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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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기어이 병원 떠난 전공의들… 정부, 업무복귀 명령
광주·전남 513명 중 361명 이탈
응급·수술실 등 의료공백 현실화
전문의·전임의 등 필수분야 투입
김영록 지사 “의료현장 복귀 당부”
  • 입력 : 2024. 02.20(화) 18:15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0일 조선대학교병원에는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나건호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광주·전남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일제히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의료공백이 현실화된 각 병원은 전문의·전임의(펠로)를 중심으로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을 투입했다. 정부는 현장을 떠난 의사들에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 의사면허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20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광주·전남 주요 상급병원 전공의 513명 중 361명(70%)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이들 대부분은 전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업무 중단을 선언했다.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전공의 중 일부는 승인 없이 연가 신청을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전남대병원(빛고을전남대병원 포함)이 전공의 319명 중 207명이 결근해 가장 많았으며, 이어 △조선대병원 114명 △광주기독병원 31명 △순천 성가롤로병원 9명이 뒤를 이었다.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곳에 근무해 온 전공의들이 빠지면서 지역 의료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각급 병원은 비상 진료 체계 운영에 나섰다.

전남대병원은 수술을 응급·중증 위주로 우선 진행하거나 진료 예약 등 일정 관리를 진료과에서 자체 조율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또 근무 이탈이 없는 전문의, 전임의, 임상교수와 진료 보조 간호사(PA)를 투입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응급 수술 취소 등 큰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대병원은 응급실과 각 병동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외래 진료 중인 전문의들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부족한 인력 탓에 기존 진료 예약 환자 외 신규 진료 접수는 받지 않고 있다. 병원 접수·수납처에는 업무 개시 한참 전부터 수십 명의 환자가 몰렸다.

2차 병원인 광주기독병원과 순천 성가롤로병원도 비상대책에 돌입해 출근한 의료진이 기존 진료 예약을 감당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당장 의료공백은 크지 않겠지만 상급병원에서 오는 분산 치료 수요 등으로 내달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대해 원칙적인 대응을 천명하며 행정 처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대책반을 급파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사직·결근한 전공의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추가 행정 처분도 검토할 계획이다.

광주시·전남도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비해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하고 의료 공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광주시는 호남권역재활병원 등 공공병원 4곳, 보건소 5곳 등 공공의료기관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한다. 지역 응급의료기관 21개소와 응급의료시설 5개소는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한다.

전남도는 보건기관과 공공병원 중심으로 비상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정기 처방이 필요한 만성질환자는 미리 진료받도록 각 의료기관에서 안내토록 하고, 진료 가능한 의료기관 안내를 위해 응급의료정보시스템 정보를 매일 수정하고 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전공의 집단 사직 등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 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김 지사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고령층 등 의료 수요가 높고, 의료 기반 시설도 열악한 전남에 이번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도민들의 불안이 큰 상황”이라며 “의료인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의료현장에 복귀해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