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달빛(月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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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달빛(月光)
양가람 취재2부 기자
  • 입력 : 2024. 03.04(월) 16:09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양가람 기자
달빛(月光)은 햇빛의 일부를 달 표면이 반사하면서 지구로 비치는 빛을 뜻한다. 그동안 달빛은 ‘밤의 낭만’을 상징하며 문학 작품은 물론 ‘월광소나타(베토벤)’, ‘달빛(드뷔시)’ 등 음악에도 자주 등장했다. 오늘날에도 달빛은 따스함을 내뿜는 형용사처럼 쓰인다.

4일 광양시는 달빛어린이병원의 현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전남에서는 순천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9월 보건복지부는 응급실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경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치료하고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추진했다. 밤을 비추는 달과 어린이를 지키는 빛을 합쳐 이름을 붙였다.

지난 1월엔 야간과 공휴일에도 소아 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이른바 ‘달빛어린이병원’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국적으로 ‘소아과 오픈런’이 벌어지는 상황 속 반가운 소식이다. 현행법상에는 야간과 공휴일에 소아 환자에 대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통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지역에서는 야간과 공휴일 소아 환자 의료 접근성이 낮은 상태다.

달빛어린이병원법 통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야간과 공휴일에도 소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고, 병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행·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의료기관들이 달빛어린이병원에 참여해 소아과 진료 대란이 완화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보호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용조차 할 수 없다. 전남에 단 두 곳 뿐인 달빛어린이병원을 중부권과 서부권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달빛이 비치기도 전에 병원 문을 닫는 곳도 상당하다. 광주 유일의 달빛어린이병원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진료를 보지만, 순천의 달빛어린이병원은 주말과 휴일에 6~7시 진료를 마감한다. 소아환자들의 심야 의료를 책임지겠다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대 증원’을 놓고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이 장기화되고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중증의 환자 혹은 뱃속의 태아가 숨지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온다. 의료대란 속에서 문을 연 달빛어린이병원이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따뜻함을 처방해 줄 수 있길 바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