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김명희>어른들이 만든 문 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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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교육의 창·김명희>어른들이 만든 문 너머에
김명희 아동문학가
  • 입력 : 2024. 03.17(일) 15:04
김명희 아동문학가
송기두가 쓴 『어쩌면 문 너머』라는 그림책이 있다. 이 책은 ‘문 너머’의 궁금증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조나단’의 『갈매기의 꿈』을 읽으면 조나단이 고속 비행의 한계를 넘지 못해 괴로워한다. 좌절 끝에 결국 깨달음을 얻어 날개 끝만 펼친 채 활강하는 방법으로 갈매기의 한계를 넘어선다. 그런 뒤 빠른 속도에 도달하는 이야기다. 끊임없이 사랑을 베풀라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기고 빛이 돼 새로운 세계로 떠나간다. 꿈 이야기는 이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얼핏 보면 허황한 판타지물 같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 아이들도 더는 궁금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송기두는 문 저쪽의 궁금함을 던졌다. 그리고, 문 너머에 궁금한 것이, 더 무서운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무서운 것들은 문틈에 숨어 있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함부로 문을 열 수 없다. 어쩌면 어른들의 염려 아닌 염려로 시작되는 아이들의 무서움이 아닐까.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요즘 아이들의 행동은 온통 걱정투성이다. 핸드폰의 상업화, 위험한 바깥세상, 황사와 미세먼지 등 실외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날씨, 해로운 문화가 어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도 이 그림책은 만약에 새로운 계절을 알리는 숲의 소리가 날아온 거라면 늦기 전에 조용히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계절은 언제나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고 마니까. 멀잖아 온 천지에 벚꽃은 피어 흐드러질 것이다. 계절을 잡을 줄 아는 것도 용기다. 한 번 떠난 계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때를 잡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용기를 심어 주는 것 또한 어른들의 몫이리라.

아프리카 속담에는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 학교, 이웃이 모두 힘을 합쳐 교육하고 양육하고 키워나간다는 의미로 아이를 대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속담이다.

얼마 전, 이웃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엄마는 “중, 고등학생들은 학과 공부하느라 바쁘고, 초등학생 아이들은 학원이나 좋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더 바빠요”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토요일과 방학 기간에 더 심하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은 장차 이 나라를 이끌 보배들이다.

3월이면 멀지 않아 중국에서 밀려오는 황사나 미세먼지 등 나쁜 날씨로 맨 얼굴로 바깥에 내보내기가 어렵다. 어느 것 하나 부모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염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바쁜 부모들이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현실이지만.

어린이박물관이 새로 단장했다는 소식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역사 문화에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 관찰, 탐구, 경험하는 참여형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특성화인 ‘도자기 문화’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직접 참여하게 하여 우리 문화를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지식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기억 속에 저장되게 하는 의도가 숨어 있어서 좋았다. 부모가 아이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어른도 주변의 적절한 자극과 구조화된 체계가 있을 때 업무의 능률이 오른다. 아이들도 구조화된 놀이시설이나 프로그램 등 적절한 외부 자극이 있을 때 훨씬 높은 놀이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어른들이 조금만 눈을 확장하여 주변을 살펴본다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아이들 편에서 꿈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문 너머에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무서움이 아닐 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처지에서 어른들은 어른들의 입장에서의 문 너머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최고가 아닐까. 넓고 안전한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으면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아이들의 문화가 하루빨리 뿌리를 내렸으면 무서움은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