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전일광장·정상연>키오스크(kiosk)의 두 얼굴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전남일보]전일광장·정상연>키오스크(kiosk)의 두 얼굴
정상연 전남과학대 겸임교수·문화학박사
  • 입력 : 2024. 03.20(수) 17:05
정상연 교수
며칠 전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두 분의 어르신들을 목격한 적이 있다. 한참을 ‘키오스크(kiosk)’와 씨름을 하셨지만 실패하기를 여러 번, 결국 뒤에 서 있던 젊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주문에 성공한 것이다. 연신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 민망해하시는 표정이 여태껏 눈에 선하다. 벗하는 친구와 낮선 문화에 맞닥뜨려진 그 짧은 시간의 어색함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말해 뭣하랴. 이제는 가벼운 눈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면서 느긋하게 음식을 주문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음이다.

언제부터인가 키오스크라는 외래어가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이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음식을 주문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취득할 목적으로 주변에 설치된 기기를 터치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본래 키오스크는 튀르키예(구 터키)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작은 현관이나 정원에 세워진 정자를 뜻하는 의미의 ‘KOSK’에서 기원한다. 이것이 점차 영어권 국가로 전달되면서 신문, 잡지를 판매하는 가판대나 공중전화 부스 등 작은 시설물을 가리킨다. 근자는 외식업뿐만 아니라 영화관, 편의점 등 각종 시설과 여러 공공기관에서 키오스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한 공적서류를 발급받기도 하고 ATM기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은 일상이 된 것이다.

필자가 대략 15여 년 전 일본을 방문하였을 때, 라면집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마주한 적이 있다. 모니터에 보인 라면 종류와 가격을 확인, 선택하고 동전을 투입하면 대기 번호가 적힌 주문지가 나왔고, 그것을 주방장 겸 주인에게 건네면 됐었다. 문밖에 세워진 작은 기기가 종업원을 대신하면서 시간과 인건비를 절약함과 동시에 작은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을 했었다.

당시 일차원적 소통 방법이었던 키오스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시간을 거치면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첨단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성장하였다. 서비스 접점 및 서비스 전달 구조가 급변화 되면서 다국어는 물론 멤버십과 포인트 적립 등 다양한 기능으로 고객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운영대수는 2019년 18만 9951대에서 2022년 45만 4741대로 3년 새 2.4배 증가했다고 한다. 이중 외식업체의 키오스크 운영대수는 같은 기간에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약 16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키오스크의 확산 추세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키오스크를 경험했던 65세 이상 중장년 중, 64.2%에 달하는 많은 어르신이 복잡한 키오스크 작동 방법과 뒷사람 눈치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할 때다. 제도 및 기술의 개선과 접근성 강화를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할 때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적응기술을 일반화시킬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별도의 키오스크를 설치하거나 누구나 알기 쉬운 그림 등으로 알려주는 방법도 필요하다. 또한, 로마식 외국어 표기보다는 한글 표기를 권장하고 카드 결제가 어려운 이들을 위해 현금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했으면 한다.

키오스크는 분명 빠르고 간편하다. 여기에 인건비도 줄일 수 있고 급변하는 사회현상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문화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가 문화인으로, 선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나’ 아닌 ‘우리’라는 기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어느 누구나 키오스크 등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