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바보야,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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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바보야, 문제는~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3.26(화) 17:02
김성수 논설위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선거철이면 귀에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다. 구호를 외치는 정치인들이야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들은 선거때마다 듣고 있다. 지긋지긋하다. ‘아무리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할 수 없다’지만 21세기인 2023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3745달러다.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냐”는 질문에 최소한 “아니다”라는 부정적 답변이 대다수는 아니어야 맞다. 이같은 민생 마지노선까지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는 헛된 꿈이 아니라는 말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가 첫 발언된 30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다. ‘다윗’인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재선을 노린 ‘골리앗’인 현직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를 꺾을 수 있었던 유명한 슬로건이다. 변방의 아칸소 주지사였던 클린턴은 이 슬로건을 바탕으로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부각시켰고, 결국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 승리를 쟁취했다.

경제는 이처럼 대선 판도를 바꿀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서다. 2024년 대한민국은 고물가, 고금리에 이어 부동산 위축 등으로 건설업계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지 오래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민생’구호를 너도나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진실함이 있는지 되묻는다.

문제는 경제인데 정치권은 ‘바보’소리만 듣고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발언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작심한 듯 맹공을 퍼붓고 있다. 윤 대통령을 겨냥한 ‘대파 챌린지’까지 선보이고 있다. 야당 대표도 ‘바보’비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민주당 열세지역으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을 찾아 민생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며 국민 한 사람당 25만원 씩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무식한 양반아, 돈 풀어서 인플레 잡자는 이재명 당신이 바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구호는 민심을 읽고 시대정신을 꿰뚫어 본 한 정치인의 혜안이 담겨있다. 정치권에 묻는다.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아무리 민생을 내세워도 말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없으면, 말뿐인 구호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결국 정치를 하는 사람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