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군 재건로, 명량대첩 주역들이 걸은 구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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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수군 재건로, 명량대첩 주역들이 걸은 구국의 길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
이돈삼 | 살림터 | 1만7000원
  • 입력 : 2024. 03.28(목) 15:2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이순신 조선수군 재건로’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순천 주암면 창촌마을의 전경. 저자 제공
이순신은 송대립, 황대중 등 군관 9명과 병사 6명을 대동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선수군 재건의 첫걸음이었다. 진주에서 하동, 구례, 곡성, 순천, 보성, 장흥, 해남, 진도로 이어지는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의 출발이다. 명량대첩을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일본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본군의 추격을 피하며 병참을 확보해야 할 이순신에게는 ‘희망’보다는 절망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순신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전라도에서, 전라도 백성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장 “이순신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에서.

임진왜란의 변곡점이 된 명량대첩.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이 전투의 주역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 어린 ‘구국의 길’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그 이야기의 중심에 이순신 장군이 있다. 본보에서 기획시리즈 ‘이돈삼의 마을이야기’를 짚필하고 있는 이돈삼 씨가 이순신 장군의 전라도 로드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 펴냈다. 모함으로 감옥에 갇혔다가 백의종군한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고, 조선수군을 재정비해 명량대첩을 이끈 그가 전라도 백성과 함께한 길. 총연장 500여㎞에 이르는 이 길은 경남 진주에서 하동을 거쳐 구례에서 곡성, 순천, 보성, 장흥, 강진, 완도, 해남, 진도와 우수영에 이른다.

책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에는 1597년 8월 3일(음력) 삼도수군통제사에 재임명된 이순신이 조선수군을 재건하며 명량대첩에 이르는 44일의 여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늦여름에서 스산한 가을에 이르는 ‘남도 이순신길-조선수군 재건로’에서 우리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과 마주한다. 육로와 바닷길을 따라가노라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하나가 된 이순신과 조선수군의 거친 숨결이 훅 끼쳐오는 듯하다. 탄식과 설움에 겨운 울음소리와 함께 남도의 많은 전쟁터에서 여러 형태로 구국의 길을 걸었던 남도인들의 의로운 투쟁의 흔적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이 책에 실린 220여 장의 사진(저자가 찍은 것이고, 일부 드론 사진은 이우철의 작품)은 400여 년의 시공을 넘나들며 마주하는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로드무비처럼 전해준다. 보며, 느끼며, 읽으며 깨닫게 되는 뿌듯함 가운데 ‘걷고 싶어지는 길’로 안내한다. 본문 맨 뒤에 실린 ‘조선수군 재건로 주요 현장 찾아가는 길’은 현장 답사를 위한 내비게이션의 첫 버튼 역할을 한다.

저자 이돈삼은 오랫동안 각별한 애정과 열정으로 발품 팔며 남도의 자연과 사람을 만나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눈을 맞춰 왔다. 이 책에서 우리는 남도사랑이 짙게 배어 있는 그의 발걸음을 따라 4세기 전, 치열했던 순간의 주역들이 힘겹게 걸어간 길고 긴 고통과 인내의 길을 함께한다.

조선수군 재건로 44일의 여정에서 저자는 우리가 정유재란 당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 시절 그곳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중간중간 인용된 ‘난중일기’는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의 숨 가쁜 상황을 보고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의향(義鄕) 남도의 문화와 유적에 스민 선인들의 숨결과 정신까지 생생하게 전해 준다.

이순신 장군과 백성이 걸어간 의로운 투쟁의 길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이 책은 ‘이 시대의 난중일기’라 할 만하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우리가 잊고 지낸 바다를 되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지도를 거꾸로 보면 바다의 중심에 자리한 대한민국. 바다가 미래를 좌우하는 날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오늘, 조선수군 재건과 명량대첩의 자취를 통해 ‘바다를 새롭게 인식하고 살길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서 풀어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책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의 저자 이돈삼 작가.
저자 이돈삼은 남도에 살고 있다. 산과 들, 섬과 바다, 강변에서 해찰을 즐긴다. 오늘도 발품을 팔며 남도 골골샅샅을 하늘거리고 있다. 자연과 역사, 문화는 물론 마을과 고샅, 나무와 꽃도 관심 대상이다. 주된 일터는 전남도청이다. ‘오마이뉴스’, ‘전남일보’, ‘대동문화’ 등 신문과 잡지,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매체를 통해 남도여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5·18사적지 안내해설사(5·18기념재단), 5·18역사해설사(전라남도)로도 활동하고 있다.
남도 명량의 기억을 걷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