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다시 생각하는 ‘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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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다시 생각하는 ‘침묵의 봄’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 입력 : 2024. 04.01(월) 13:53
임낙평 전 의장
4월, 봄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어 가는 계절이다. 이때쯤이면 누구나 따스한 날씨에 만물이 약동하고 생명이 기운이 넘치는 자연의 숭고함을 느낀다. 야외에 나가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고, 메마른 대지에서 푸르른 새싹들이 올라오고, 앙상한 가지에서 화사한 꽃들과 나뭇잎에 새순이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자연의 오묘한 질서에 경외감을 느낀다.

그런데 금년의 봄은 이상스럽다. 눈비가 오락가락하는 궂은날, 우중충한 날이 많았다. 제때 피어야 할 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서 꽃 축제를 준비하는 지역에서는 애를 먹었다. 기분 좋은 봄나들이 길이라도 나설까 하다가 그만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날씨가 예전 같지 않다. 꽃이 피면 당연히 찾아오는 벌과 나비도 그리 많지 않다. 금년도 양봉업에 종사는 농민들은 꿀벌들이 죽어가거나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서 울상이다. 사람들은 예년처럼 이러다가 여름으로 건너뛰지 않을까 걱정한다.

지난 겨울처럼 눈과 얼음이 희귀한 겨울, 그리고 지금 봄 같지 않은 봄은 확실히 기후변화 때문이다. 평상시보다 기온이 상승했고, 기상과 기후 패턴이 변해 버렸다.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 각처가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작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한 해였다. 기상 전문가들은 금년 기록을 갱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나라 안팎으로 예년보다 더 심각한 기상재난이 빈발할 우려가 크다.

‘침묵의 봄(Silent Spring).’ 지난 1962년 미국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여사가 저술한 책이다. 이 책에서 여사는 DDT 등 살충제와 제초제 등 독성 농약의 살포로 인해 병들어가는 자연파괴의 실상을 설파했다. 환경생태계의 인식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었다. 과도한 농약의 사용으로 생태계의 파괴 및 인간에게도 치명상을 입힌다는 여사의 외침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사회적 관심과 논쟁이 시작되었다. ‘봄이 왔건만 자연계에 무수한 생명들이 죽어가거나 생기를 잃어버렸다’, ‘봄이 침묵하고 있다’며 여사는 세상을 향해 외친 것이다. 시민들의 환경생태계에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고, 대학의 관련 연구도 시작되고, 정부도 관련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침묵의 봄’은 미국을 비롯 인류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활발한 환경생태계 운동과 국민의 기본권으로 환경권을 보장하도록 하는 기본적 철학을 제공해 주었다.

60여 년 전과 오늘 2024년, 환경생태계 측면에서 하늘과 땅 사이처럼 차이가 크다. 지금 일반 시민들은 ‘위기’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기후위기, 생태계 위기, 플라스틱 위기. 많은 과학자와 국제기구의 각종 보고서에 의하면, 위기를 적절한 대응책이 없이 이대로 방치하면 ‘전례없는 대재앙’이 불가피하다. 지구는 기후와 생태계가 붕괴하고, 플라스틱 오염으로 질식하고 만다는 것이다.

시민들이나 국가는 이런 절박한 위기에 공감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현재까지 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매년 370억 톤 이상의 탄소를 방출하고, 대양의 산호초도 죽어가고 있으며, 플라스틱 과용으로 인해 발생한 미세플라스틱이 에베레스트 산정에서 마리나 해구까지, 또한 사람의 혈액, 심지어 태어날 아기의 태반에서까지 검출되고 있다.

‘침묵의 봄’이 나왔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금 인류사회에 더 절박한 ‘위기’의 시대다.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에 공감한다면, 그에 상응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침묵이 봄 이후 DDT와 같은 고독성 농약이 사라졌듯이, 위기의 제공하는 원인자들을 제거해 나아가야 한다.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순차적으로 퇴출시키고, 생물종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보존지역을 더 확대해야 한다.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해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시민적 의지, 정책적 의지가 무엇보다 주요하다.

봄이 무르익어 가는 4월, ‘침묵의 봄’을 다시 생각한다. 봄다운 봄, 화사한 봄꽃 만발하고, 벌과 나비 날아들고 제비와 종달새 지저귀는 약동하는 봄날을 위해 행동의 필요함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