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병훈>따뜻한 관계를 잇는 긍정적 감정 계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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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박병훈>따뜻한 관계를 잇는 긍정적 감정 계좌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입력 : 2024. 04.02(화) 14:13
박병훈 대표
봄은 오랜 기다림과의 만남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은 것들이 보이는 계절이다. 며칠 전 한 모임에 참석했다. 아무런 목적없이 만나는 모임이었다. 만나면 그저 즐겁고 재미있다. 이야기의 주제도 무겁지 않다.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겪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기 오고 간다.

어떤 한 분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 분은 작년 연말 회사 송년회에서 직원 한명에게 특별상을 주었다고 했다. 특별상을 받은 그 직원이 한 행동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보고 있는 사람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그 분이 운영하는 회사에서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특별상을 받은 그 직원은 매일 개에게 줄 먹이를 자신의 핸드백에 담아와 아무도 모르게 개에게 주었다고 했다. 그분은 아무런 내색도 않고 계속 이어지는 그 직원의 행동을 날마다 지켜 봤다고 한다. 이 직원 덕분에 회사 직원들의 근무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당연했다. 그 회사 직원들 모두 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기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상사에게 인사나 하고 가라며 자리를 안내했다. 명함을 서로 건넨 후 차를 마시며 짧은 만남 후에 사무실로 돌아왔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인사를 나누었던 친구의 직장 상사로부터 엽서 한 장을 받았다. 엽서에 손글씨로 ‘저는 그 때 만났던 선생님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나는 엽서를 받자마자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식사나 한 번 하자고. 그 분과는 지금도 가까운 형제로 남아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감정계좌가 있다. 감정은 사람들 삶의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나 기억을 떠올리면 잔잔한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반면에 몸서리쳐지는 사람이나 기억도 있다. 특정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쌓인 긍정적 감정이나 부정적 감정은 개인의 감정 계좌에 이체되어 저장된다. 이체된 긍정적 감정은 좋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관계를 더욱 따뜻하고 끈끈하게 이어 준다. 사람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는 쌓아 둔 긍정적 감정을 꺼내 쓴다. 갈등 완화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해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나 긍정적 감정 계좌에 부도가 나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관계가 틀어지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감정이 심하게 다친 사람들은 여러 문제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알콜에 일찍 노출되거나 범죄 같은 부정적인 단기 결과를 일으킨다. 또한 물질중독이나 행동중독, 폭력행동, 성인 범죄, 높은 사고율과 평생 동안 복지체계에 의존해 생활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에 긍정적 감정을 감정계좌에 이체시키려는 노력이다. 긍정적 감정을 이체시키기 위해서는 화목활동을 함께 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람의 생각이나 말은 필요에 따라 각색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감정은 각색하기가 힘들다. 얼굴에 바로 드러난다. 자신에게 다가온 그 무엇인가가 목표나 관심사와 관련되어 있을 때 감정을 느낀다. 설레거나 즐겁고 흥분되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대상이나 자극이 목표를 이루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좌절감이나 분노나 불안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목표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감정은 특정한 행동이나 계획을 세우는데 긴급성과 우선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감정은 특유의 표현, 행동, 생리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게 싱글벙글 웃고 무엇인가 주고 싶다. 그러나 싫어하는 사람을 만나면 눈썹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감정은 우리가 맺은 사람과의 관계가 어떤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감정은 개인의 욕구와 관심사를 알려주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감정은 기억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즐거운 기분을 느낄 때는 유쾌한 기억을 더 잘 떠올리고 불쾌한 기분에서는 상처로 남은 일화들이 자꾸 떠오른다. 보이지 않았던 유쾌한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보였던 불쾌한 감정을 보이지 않는 봄이 되길 빌어본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의 사진첩을 남길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