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규제…"호텔 칫솔·치약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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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일회용품 사용 규제…"호텔 칫솔·치약 사라졌다"
●자원재활용법 대상 호텔 가보니
무상 제공 중단…프런트서 판매
업계, 다리미 대여 등 서비스 전환
플라스틱 제품 판매 법 취지 퇴색
  • 입력 : 2024. 04.02(화) 18:08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광주 한 대형 호텔 프런트에 지난달 29일 시행된 자원재활용법으로 인한 일회용품 규제 안내문이 비치돼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자원재활용법에 의해 50실 이상 숙박업소에서 일회용품 무상제공이 금지됐다. 사진은 광주 한 대형 호텔 1층 로비에 비치된 일회용품 자판기의 모습.
최근 타지역으로 1박2일 출장을 갔던 A씨는 자신이 묵던 호텔에서 어메니티(칫솔, 치약 등 일회용품)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호텔 측에서 무상으로 칫솔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해서다. 출장길 간소하게 챙긴 짐에는 기본 위생도구조차 없어 A씨는 호텔 프런트에서 500원을 지불하고 칫솔을 구매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자원절약재활용촉진법 개정안(자원재활용법)이 시행되면서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무료로 제공됐던 칫솔, 치약 등 일회용품이 사라졌다.

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객실 50개 이상의 숙박업소는 일회용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규제 대상은 칫솔, 치약, 샴푸, 린스, 면도기 등 5개 종류다. 이를 위반한 숙박업소는 관련 법령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에 호텔업계에서는 샴푸, 바디워시 등을 다회용 디스펜서(리필용 용기)로 변경하거나 일회용품 자판기를 들여놓는 등 법 시행에 맞춰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규제 시행 이후 찾은 광주 한 대형 호텔 프런트에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3월29일부터 일회용품 어메니티의 무상 제공을 중단한다”며 “1층에 위치한 어메니티 전용 자판기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오니 고객님들의 많은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었다.

이러한 안내는 예약 문자를 통해서도 공지되고 있으며 호텔 엘리베이터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1층 로비에는 칫솔·치약은 물론 빗, 화장솜, 샤워타올, 비누, 칫솔·치약을 한데 모은 세트 상품을 판매하는 자동판매기가 놓여 있었다. 해당 호텔은 칫솔 2개, 소용량 치약 2개에 1000원, 이외 세트 상품은 3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기본 객실부터 스위트룸, 고가의 팬트하우스에서도 객실 등급 차등 없이 일회용품 무상 제공 규제가 이뤄졌다. 해당 호텔의 경우 지난 2020년 오픈 때부터 대용량 디스펜서를 이용해 왔으나 스위트룸 이상 등급 객실의 경우 프로모션을 통해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제공했었다.

광주지역의 또 다른 대형 호텔에서는 자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회용품을 판매하고, 편의점 영업이 끝난 심야 시간에만 프론트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편의점과 프런트 일회용품 가격은 치약·칫솔, 면도기 각 3300원이다.

호텔 관계자는 “시행 이후 고객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큰 불만을 제기하진 않았지만, 비누마저도 주지 않는다며 탐탁지 않아 하는 고객도 종종 있다. 고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중지하게 된 경우라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칫솔·치약을 개당 500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중단된 어메니티 제공 이외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다리미, 다리미판 등 대여 서비스를 확대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정책인 자원재활용법 시행에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환경보호라는 기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법 효용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장이 잦아 비지니스호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B씨는 “대다수 호텔이 높은 비용에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제품보단 기존 플라스틱 제품을 판매한다”며 “호텔 내부에 일회용품을 없앤다고 해도 편의점이나 어메니티 자판기를 통해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구매하면 그만이어서 환경보호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