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농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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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 열며·박찬규>귀촌일기- 농촌의 봄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4. 04.03(수) 14:56
박찬규 센터장
농촌의 봄은 희망이다. 겨울을 지나오는 동안 땅속에서는 온갖 생명이 움트고 봄 맞을 준비를 한다. 가장 먼저 잡초가 자라고 다음으로 꽃을 피우기 위한 새싹들이 올라온다. 농촌의 봄은 그래서 장관이다. 올해는 풀과의 전쟁을 줄이기 위해서 고민하다가 과수밭에는 잡초매트를 깔아 보기로 했다. 작년에 과수들이 자라고 있는 밭에 풀을 베고 또 베도 잡초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제초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나무에 해가 될까봐 조심스럽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결국 잡초매트를 깔기로 했다. 요즘의 농촌은 마을마다 사람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사람이 귀하다. 옛날 같으면 품앗이로 서로 도와가면서 일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령이라서 남의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은 혼자서 논밭 일을 해나가야 한다. 잡초매트는 바람이 불면 혼자 깔기에는 역부족이다. 철재침을 박으면서 해도 바람에 날리기 일쑤다. 다행히 줄을 맞추어 나무를 심어놓아 혼자서 매트를 까는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산밑에 있는 고사리 밭의 경우는 작년에 잡초 제거를 안 한 탓에 올 봄에 온갖 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고사리는 농약을 쓰면 바로 고사하기 때문에 절대로 제초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처음에 경험이 없어서 고사리 밭에 농약을 했다가 농사를 망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풀이 많이 나도 호미로 밭을 메고 있다. 농촌의 일은 정성을 들인 만큼 수확으로 보답해 준다. 논밭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수확이 많지만 게으름을 피울수록 수확이 적어진다. 농작물은 농민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농촌의 봄은 싱그럽다. 요즘은 온갖 과일나무들의 꽃이 피고 있다. 매화가 지고난 후에 자두꽃이 피고 바로 옆에서는 복숭아꽃도 고개를 내민다. 귀촌 후에 약성이 있는 나무들을 심어 꽃과 열매, 잎과 줄기, 뿌리로 발효식품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만들고 있는 발효식품은 주위 사람들과 나눔으로 귀촌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농촌의 봄은 농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온다. 우리 마을은 특수작물 중에서도 밤호박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다. 하우스 속에서는 벌써 호박순이 넝쿨이 되어 오르고 있고 고추농사를 하는 집에서는 모종을 심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봄에 키운 모종들이 각자 자기 자리에서 성장할 준비를 하고있는 것이다. 농촌의 봄은 들판에서도 오고 있다. 겨울동안 추위에 견디어 온 논보리가 벌써 배동을 하고 겨울동안 묵혔던 논은 트랙터의 움직임이 바쁘다. 올 봄에는 산림조합에서 주관하는 산림자원 이용과 과수나무 재배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농사일에 대한 공부가 부족했는데 단체로 가서 받는 합숙 교육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년에는 봄과 여름 사이에 비오는 날이 많아 모든 농작물이 웃자라고 과일나무는 일조량이 부족하여 익기도 전에 낙과하는 등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그런데 일기가 안 좋은 환경에서도 과일을 정상적으로 생산한 농민 강사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필자의 무지한 상태를 반성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농민들이 작물에 농약과 비료를 줄 때 그 종류나 양은 맞지만 한 가지 놓치는 게 있었다. 바로 마그네슘이란다. 시비할 때 적당량의 마그네슘을 함께 살포하면 원하는 양만큼 과일과 고추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이야기해주었다. 올해는 이렇게 교육받은 대로 마그네슘을 사용해 보려고 한다.

우리 농촌의 문화는 품앗이를 하면서 서로 도우며 농사일을 하였었는데 최근에는 동네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초고령화 되어 인력난에 지속적으로 시달리고 있다. 농사 준비로 해야 할 일이 많아 젊은 사람이 필요한데도 대부분이 노인인구라 일손이 늘 부족한 형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청·장년들이 농촌으로 귀농·귀촌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