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물 지정, 끝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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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물 지정, 끝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송광사 사천왕문 등 지정 고시
  • 입력 : 2024. 04.03(수) 17:07
문화재청이 순천 송광사 사천왕문과 구례 화엄사 천왕문, 영광 불갑사 천왕문 등 전국 9건의 산문과 불전을 보물로 지정고시 했다. 이들 유적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폐허가 됐지만, 당시 승군으로 활약했던 벽암각성이 중건한 유서 깊은 사찰 문화유산이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유산으로 중요한 가치를 갖는 이들 유적이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돼 후대에 전승되길 기대한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사천왕문은 광해군 1년, 1612년 중창된 것이 확인된 유물로 건립연대가 명확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지난 1951년 송광사 대화재에서는 구사일생으로 재앙을 피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거쳤지만 중창 당시의 위치와 형태가 잘 유지됐고, 부휴선사와 벽암각성과 관련된 천왕문 건축 확산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높다. 고려 후기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례 화엄사 천왕문 또한 화려한 다포식 건물이면서 사천왕상을 봉안하기 위해 반자 높이를 조절하는 등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크다.

1725년(영조 1)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확인된 영광 불갑사 천왕문도 여러 차례의 보수와 이전에도 건립당시의 모습이 잘 유지돼 있다고 한다. 다른 사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 기법도 학술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17세기 이후 서남해안지역 사찰 건물의 건축적 특성도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고고학부터, 역사와 미술, 공예, 건축까지 다양한 분야에 담긴 선조들의 정신을 엿볼 수 있고, 고려부터 조선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문화사가 오롯이 담겼다는 점도 큰 가치다.

문화재청이 보물을 지정하는 이유는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속 가능한 활용을 도모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해당 유물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주체까지 한마음으로 나서 이들 유물이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 명소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토리텔링 등 외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한다. 보물 지정은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