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이건철>22대 국회는 인구문제에 진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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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이건철>22대 국회는 인구문제에 진력하라
이건철 전 전남발전연구원 원장
  • 입력 : 2024. 04.10(수) 15:21
이건철 전 원장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이와 관련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논할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 논하고 싶지도 않다. 논하고 싶지 않은 것은 선거 과정에서 여·야 모두 지도부의 의중이 듬뿍 담긴 인사 중심의 공천에만 열을 올리고, 국가와 지역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정책이나 비전은 지금까지 경험한 총선에 비해 가장 뒷전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내내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은 거의 눈에 띠지 않고, ‘정권심판’이나 ‘야당견제’를 주제로 한 국민투표로 착각될 정도였다. 연구원 시절 총선 때만 되면 지역 현안사업을 여·야 총선공약으로 반영시키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정치권에 제시했던 경험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는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국가위기 속에서도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가장 큰 위기는 대한민국의 인구문제이고, 특히 지방의 인구감소라고 믿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방소멸로 치면 전국 최대 위기에 처해있는 전남지역 총선 후보들 공약도 지역 산업클러스터 유치 및 SOC 확충, 관광자원 개발, 의대 및 대학병원 유치 등 21대 총선과 지난 대선 때 공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발 2년 후 지방선거와 3년 후 대선에서만큼은 이러한 전철이 되풀이 되지 않고, 어느 정당이 어떤 정책을, 어떤 비전을 내보이는가에 보다 비중을 두고 투표하는 전환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22대 국회에서는 대한민국의 인구문제, 특히 지방의 인구소멸에 대한 대비를 최우선적으로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은 지난 2020년부터 출생아 수보다도 사망자 수가 더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OECD 최하위 수준인 출산율을 제고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2010년 이후부터 역대 정부가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백조 예산을 퍼부었음에도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가 공동으로 합심해서 추진해 달라는 총론적 주문을 하고 싶다. 그 위에 기업들까지 참여하는 민·관 총력체제가 가동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에게는 모처럼 찾아온 최초의 ESG 경영사례가 아닐까 싶다.

다음으로 지방의 인구감소인데, 간접적으로나마 이에 간여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다. 일자리도 없고, 교육·의료·문화 등의 정주여건이 취약한 지방에 거주하는 상주인구를 늘리는 것은 불가항력적이라 판단한다. 특히 젊은 층은 떠나가고, 노인층만 남아 고령화만 심화되고 있다. 지방 가운데서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영·호남지역이 더 어렵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소멸위기지역’ 중 전국 228개 시·군·구의 80% 이상이 영·호남지역에 입지해 있고, 그 가운데서도 전남은 22개 시·군 중 18곳이, 경북은 23개 중 19곳이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시행 중인 인구감소지역 지원, 고향사랑기부금에 ‘관계인구’를 포함시켜 줄 것을 간곡히 제안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방의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과 지자체가 기부금 등을 통해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하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이 제정되어 지난 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22대 국회가 상기 2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른바 ‘관계인구’ 활성화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관계인구란 지역에 거주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무나 사회적 활동, 주말농장이나 여가 기타 활동 등을 통해 지역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외지인, 로컬에서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지역에서 인생2모작을 실현코자 하는 귀향희망자들을 의미한다. 강조컨대, 이들 관계인구를 창출하여 이들과 연결과 교류기회를 확대하는 프로그램야말로 기존 정주인구 확대시책이나 교류인구(여행객) 유인책에 보완하여 지역에 새롭게 활력을 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지역이 뿌리인 출향민에 주목하고 싶다. 일본 홋카이도 시모가와마치(下川町)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출향민들을 대상으로 가칭 ‘고향사랑운동’을 전개하여 지역 특산물을 직송하는 ‘고향회원제도’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마을에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萬里 長城遊步道’(실제 2km)의 석축도로를 만들기 위해 귀성객이나 여행객을 대상으로 ‘고향 돌쌓기 날’ 이벤트를 개최해 ‘주민이 직접 만든 일본 최초의 관광자원’이 완성되어 많은 관광객을 창출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제 지방에서는 기존의 인구유입과 관련한 여러 시책, 사업들과 인구감소지역 지원, 고향사랑기부금, 관계인구 창출 확대 정책 등을 서로 통합·연계한 ‘지역활성화 그랜드 플랜’을 짜고 실행해 나갈 것을 적극 제안한다. 지자체의 슬기롭고도 창의적인 기획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