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일 예술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ACC 엑스뮤직페스티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2025년, ACC 월드뮤직페스티벌은 ‘엑스뮤직페스티벌(XMF)’로 이름을 바꾸며 전면적인 개편에 나섰다. 원일 예술감독은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올해 XMF의 키워드를 단 한 글자 ‘X’로 요약했다. 그에 따르면 X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하나의 선언”이다.
원 감독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월드뮤직’이라는 명칭이 지닌 오리엔탈리즘적 한계를 체감해 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작년 해외 공연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한 아티스트가 “월드뮤직이라는 이름이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는 그 순간을 두고 “진짜 돌을 맞은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X는 변화의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었다. 그는 이 기호에 ‘경계 없음(Borderless)’, ‘장르 없음(Genreless)’, ‘문화 교류(Cross-Culture)’, 그리고 ‘혁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그는 “로마 숫자 X는 10이자 완성,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 우리가 말하는 ‘X’는 기존 체계를 멈추고 새롭게 전환하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XMF의 무대 구성은 이러한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개막 공연 ‘X의 제전’은 김도연 음악감독의 총지휘 아래, 전통 판소리부터 재즈, 즉흥 연주, 가야금과 전자음악까지 모든 장르가 교차하는 실험적 무대로 꾸며진다. 원 감독은 이를 “장르와 국경, 세대의 경계를 모두 넘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점은 단지 ‘다양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XMF는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이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 아티스트 간 교류와 협업, ACC만의 기획력을 보여주는 무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뮤지션 김도연과 전송희, 송지유는 물론, 인도네시아의 익스트림 밴드 ‘세냐와’, 레게로 그래미를 수상한 ‘카바카 피라미드’, 국내 대중음악상을 휩쓴 ‘단편선과 선원들’ 등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Under X’ 무대는 전국 공모로 선발된 신진 뮤지션들이 정식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한다. 원 감독은 “새로운 음악을 꿈꾸는 이들에게 XMF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광주와 전남의 젊은 팀이 꼭 한 팀 이상 올라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감독은 “XMF는 단지 이름만 바뀐 축제가 아니다. 지금 여기서만 가능한 실험, 그리고 낯선 세계와 마주하는 기회. 그 모든 것이 광주 ACC에서, ‘X’의 이름 아래 펼쳐질 예정”이라며 “우리는 이제 다른 방향으로 간다고 말하는 거다. 관객들도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운드에 몸을 맡기길 바란다”고 XMF를 새롭게 정의했다.
김성수 기자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