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지산딸기 농가에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정승우 기자 |
21일 찾은 북구 건국동 지산딸기 농가.
지난 17일부터 쏟아진 이례적인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건국동 지산딸기 집하장 일대는 수해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비닐하우스로 들어서자 물 비린내가 코끝을 진동했고 내부는 집기류들이 널부러져 있는 등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농가와 가까운 인근 마을도 마찬가지였다. 주택가에 불어닥친 빗물은 허리춤까지 차올랐던 흔적이 남아있었고 마을 앞은 주택 내부의 집기류와 의류, 폐기물 등이 쌓여 있었다.
침수피해를 겪은 딸기 농가 주인들은 한 해 농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20년 가까이 가족들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종성(62)씨는 “지난 3월 비닐하우스에 딸기 모종을 전부 심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작업장도 전부 물에 잠겼고 마을 일대가 전부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장규남(56)씨는 “작목회 회원 대부분이 이번 폭우로 모종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어 모종이 없는 이들은 다시 구입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농가들이 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비닐하우스가 넘어가버리지 않는 이상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백동준 건국동 통회장은 “하루동안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마을 전체가 잠겨버렸다.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영산교 인근 하천 준설 작업을 통해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면서 “수해 복구를 위해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산딸기는 클로렐라 배양액을 활용한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를 한다. 또한 타이벡 농법을 적용하는 등 육묘부터 재배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동일 품종의 딸기보다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관리의 결과, 올해 지산딸기는 190여톤이 수확돼 약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의 단가로 판매되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번 폭우로 지산딸기 약 45개 농가 중 절반 가량이 침수 피해가 일어났고,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아 농가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농가 주인은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임의대로 철거하면 안되고 보험사에서 현장을 확인한 후에 철거가 가능하다”면서 “비닐하우스가 무너져버리지 않는 이상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관·군이 동원돼 딸기 농가 수해복구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응급 복구 작업을 실시하고 있고 2차, 3차에 걸쳐 현장 조사를 진행해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응급 복구를 마친 후 집중적으로 점검해 준설이 필요한 부분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나윤 광주시의원은 “이번 폭우 피해가 심각했다. 앞으로도 짧은 시간에도 또 올 수 있는 피해라고 생각한다”며 “환경변화에 맞춰 중·장기적인 안전 재검토가 필요하다. 수로 등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들의 기준이 새롭게 마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폭우로 인한 광주 지역 농경지 추정 피해 현황은 △배수로 유실 34건 △농로 유실 15건 △교량파손 1건 △양수장 침수 11건 △시설하우스 312㏊, 농경지 646㏊ 등이 발생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