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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자주 독립을 고수·발전시키고 인류 평화 건설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 1962년 한국전력이 서울 마포에 2년제인 수도공업초급대학을 설립했다. 한국전력은 서울을 중심으로 전기를 공급하던 경성전기와 대구에서 태동된 남선합동전기, 조선총독부가 설립한 조선전업 등 3개로 나눠져 있던 전력 3사를 통합시켜 만든 공공기업. 사업규모와 조직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고등학교(현 수도공고)만으로는 전문인력 공급에 한계를 체감해서 였다. 2년 뒤인 1964년에는 4년제인 수도공과대학으로 개편했다. 60년대 수도공대는 그야...
2023.05.16 18:111980년 5월 24일. 광주 남구 송암동에선 무고한 시민 10여 명이 사망했다.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6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학살’이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건 바로 군인들이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은 1980년 6월 11일 미국방정보국(DIA)의 2급 비밀전문에 “광주는 한국판 미라이 사건(My Lai Massacr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참혹했다고 전한다. 이같은 내용은 다수의 피해자 증언과 계엄군들의 추가 증언을 통...
2023.05.15 16:36서로 대립하거나 경쟁(선의의 경쟁 포함)하는 관계를 일컬어 ‘라이벌(Rival)’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경쟁자’이다. 라이벌의 어원은 stream, 즉 시내, 개천이고, 강을 의미하는 river의 어원은 bank of a river이란 뜻인 ripa이다. 좁은 시내, 개천의 자원과 통행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형성된 단어로 보인다. 승부의 세계에서 라이벌이 생기면 피곤하고 상대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훌륭한 라이벌은 단순한 ‘적’으로 남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최...
2023.05.14 18:17육종학자 우장춘은 대한민국의 빈곤과 기근을 물리친 영웅이었다. 일본에서 육종학을 공부한 우장춘은 1950년 귀국한 이후 우리나라 풍토에 맞고 병에 강한 무와 배추의 새 품종을 만들었다.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됐던 강원도 감자의 품종을 개량해 맛 좋고 튼튼한 무병 감자도 생산했다. 기후가 온화한 제주도에 감귤과 유채를 처음 재배한 것도 그였다. ‘씨 없는 수박’도 처음 국내에 선보였다. “내 연구의 원동력은 전 인류의 복지.”라는 게 신품종을 열망했던 우장춘의 철학이었다. 얼마 전까지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자연계...
2023.05.11 17:23프랑스어에 ‘므슈(Monsieur)’라는 단어가 있다. 남성에 대한 높임말이다. 한국어의 선생, 영어의 미스터에 해당한다. 므슈는 귀족이나 왕족을 가르키는 말이다. ‘므슈 000’으로 상대방을 존중할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존경하는 분을 만나면 이름 뒤에 ‘선생님’을 붙이는 식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선생님을 은어로 ‘꼰대’라고 부른다.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우리도 학교 다닐적에, “꼰대 같다”, “꼰대가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을 입에 자주 달고 다녔다. 요즘에는 꼰대라는 말이 ‘라떼는(나때는...
2023.05.10 12:45학교 폭력의 현실은 알고 있던 것에 비해 훨씬 잔혹했다. 이유 없이 폭행을 가하고 수시로 잔심부름을 시켰다. 인격을 모욕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친구를 감금하고 폭행한 가해자가 자신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100여 차례에 걸쳐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학생, 3학년 언니가 돈을 달라기에 친구의 돈을 빼앗아 건넨 학생도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해 학생 상당수가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지 않으면 자신이 제물이 되는 학교폭력 안에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 끊임없이...
2023.05.09 18:30외식비와 기름값, 공공요금 등 오르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기 위한 SNS 오픈 채팅방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닌 ‘거지방’으로, 서로의 지출내역과 절약팁을 공유하는 채팅방이다. 거지방에서는 자신의 닉네임에 한 달의 지출 목표를 정해 놓고, 소비 계획이나 내역을 낱낱이 공유한다. 행여 택시를 탔다거나 프랜차이즈 커피를 사서 마시는 등 호사스런(?) 소비라도 했을 땐 모진 질책을 받고, 소비를 조장하거나 돈 자랑하는 글과 사진을 올릴 때에는 ‘강퇴’ 당하기도 한다. 흡사 보릿고개 시절,...
2023.05.08 13:06‘감염병의 대명사’ 페스트는 고대부터 일정한 주기로 수차례 지구를 휩쓸었다. 페스트로 인한 팬데믹은 6세기, 14세기, 19세기 등 세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특히 페스트가 맹위를 떨쳤던 시대는 14세기였다. 당시 칭기즈칸이 세운 몽골제국의 군사·정치·경제적 활동은 페스트를 전파시키는데 촉매제로 작용해 전례없는 팬데믹이 세계적으로 발생했다. 유럽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인구의 1/4에서 많게는 1/3에 이르는 수가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소설 ‘데카메론’의 서문에는 1348년 닥친 페스트의 공포가 잘...
2023.05.07 18:32인간에게 최초 에너지원은 불이었다. 불을 사용하면서 비로소 인류는 난방과 요리 등을 하게 됐다. 이후 에너지로 인류사에 변화를 일으킨 계기는 ‘범선’의 출현을 꼽는다. 범선은 선체 위 돛이 바람을 받으면서 그 풍력으로 전진했다. 중국은 1400년대 처음 범선을 이용해 자국 영향력을 확대했다. 유럽 탐험가들보다 먼저 인도와 아라비아를 탐험했고 인도양 국가들을 자국의 조공 체계에 편입시켰다. 1500년대 중국은 외부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국가적 의지를 이어가지 못했다. 오히려 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항해술과 세계관으로 무장, 대항해 ...
2023.05.03 15:23“휘발유는 이제 망했어!” 지난 2010년 6월 29일. 파산 위기를 겪던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나스닥에 기업공개를 마친 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샴페인을 터트렸다. 테슬라가 곧 망할 것이라며 괴롭혀 온 반 전기차 세력을 향한 외침이었다. 2003년 스타트업 기업으로 시작한 테슬라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창립 초기 월스트리트는 테슬라를 두고 ‘환경에 관심 있는 억만장자의 장난감’ 정도로 평가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설립 10년 만에 100년 역사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우뚝 ...
2023.05.02 17:22줄타기 고수가 아닌 이상, 높은 담장 위를 걷는 일은 누구에게나 위험천만한 일이다. 국가 간의 외교를 흔히 ‘담장 위를 걷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국민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외교 무대에선 자칫 한 발짝만 헛디뎌도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북한과 군사적 적대관계 속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일본·중국·러시아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국제 정세까지 맞물려 위기의 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는...
2023.05.01 18:02흑산도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노래를 즐겨 부르는 사람들은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으로 시작하는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자동 재생할 것 같다. 또 역사 덕후들은 영화로도 제작됐던 정약전의 ‘자산어보’, 그리고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기 ‘표해시말’을 금세 소환할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흑산도하면 ‘코가 뻥 뚫리는 알싸한 맛’이 일품인 남도 대표음식 홍어가 먼저다. 홍어는 우리나라 서남해 이곳 저곳서...
2023.05.01 16:53“내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나를 믿어달라.” 지난 1999년 2월 함평 대동면 폐금 동굴에서 황금박쥐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황금박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동물 제1호로 지정한 희귀종. 2005년 이 이야기를 들은 이석형 당시 함평군수가 황금박쥐를 스토리텔링과 연계시켜 관광자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1톤의 순금으로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반대는 강력했다. 결국 이 군수는 차선책으로 27억 원을 들여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2008년는 일반에도 공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
2023.04.27 17:47화순군이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만원 아파트’를 내놨다. 월 임대료 만원만 내면 20평 크기의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깡통 전세’처럼 보증금을 떼일 걱정도 없다. 화순군이 임대료와 보증금을 대주고 있기 때문에 만원 아파트가 가능한 이유다. 화순군의 파격적인 주거정책은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청년 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에게 주거문제를 해결해주고 자연스럽게 인구유입을 통해 소멸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파격시책으로 평가된다. 군...
2023.04.26 17:23“보따리 하나 있으면 먹고 사는데 뭔 욕심이 필요하겄어.” 지난 2017년 보성 벌교에 사는 서부덕 씨가 보성장학재단에 자신의 전 재산인 8000만 원을 기부했다. 25살 때부터 보따리 하나 싸 들고 전국을 떠돌며 온갖 생필품을 팔아 번 돈이었다. 50년 동안 보따리 장사만 했다는 그에게 보따리는 생계수단이면서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다. ‘뭐든 싸고 담을 수 있고, 머리에 이고 허리에 질 수 있는 보따리야말로 내 인생의 전부였다’는 게 서 씨의 회상이다. 보따리는 불과 40여 년 전까지도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2023.04.25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