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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권력화를 제도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결과였다. 현재 국방부 장관은 법적으로 평시 군령권을 갖고 있다. 전역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장성이 장관으로 취임해 실질적 작전권까지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50명의 장관 중 민간 출신은 단 5명, 과반 이상은 육사 출신이었다. 폐쇄적 인맥 구조는 특정 출신의 권력 집중으로 이어졌고, 이는 12·3 사태와 같은 군의 무리한 정치 개입으로 귀결됐다.
반면 미국은 문민통제를 법으로 명시했다. 국방장관은 반드시 민간인이어야 하며, 군 출신은 전역 후 7년이 지나야 임명될 수 있다. 게다가 미 국방장관은 군령권이 없고, 실질적 작전 지시는 대통령이 통합전투사령관에게 직접 내린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당시, 대통령과 장관은 보고와 판단을 맡았을 뿐, 명령권자는 현장의 공군 준장이었다.
이처럼 정무적 판단과 군사적 작전의 분리를 제도화한 미국의 사례는 효율성과 통제의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한 모델이다.
이런 구조는 외교적 신뢰 구축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한미 연합작전, 정보 공유, 대북 억제 전략 등의 협상에서 문민 국방장관은 협상 파트너로서의 명확성과 신뢰성을 높인다. 한국이 여전히 군 출신이 작전권까지 쥐는 체제에 머문다면, 외교 협력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현재의 안보 상황은 한층 복잡하다. 북핵 위협과 미중 전략 경쟁이 교차하는 한반도에서, 군사뿐 아니라 외교·경제·전략을 통합할 수 있는 유연한 판단체계가 필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최근 간담회에서 “국방부 장관을 민간인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육군사관학교 폐지하고 국군사관학교와 대통령 직속 ‘군비통제국’을 신설해 위협 분석과 작전 검토 권한을 군이 아닌 민간이 맡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결국 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 더 이상 총을 든 군이 정치의 언저리를 맴돌게 두어선 안 된다. 국방부장관을 민간인으로 두는 국방 문민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생존 장치이자, 외교 전략의 신뢰 기반이다. 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할 당선인은 이같은 군의 행태를 타파할 ‘국방 문민화’를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김성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