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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적자만 내는 지역의료원이 필요한가’라고 묻는 이가 있다. 이런 이들에게 입 아프게 답변하는 대신 슬쩍 내밀어줄 보도가 최근 전남일보에 실렸다. 강진의료원 이야기다. 지난 14일 전남일보 기자와 강진의료원 신생아실 인근에서 만난 박은숙(33)씨는 자신의 딸 임시아(0)양을 보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10개월간 한 몸에 있으면서도 눈으로 직접 볼수 없었던 자식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기 때문이다. 사실 박씨의 출산은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남에서도 엄청난 일이었다. 본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다 분만 직전 코...
2023.11.16 13:48목하 가을이 깊어가며 길가 가로수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더니 이마저도 싫은지 이내 옷을 벗어버린다. 점심 후 달달한 커피 한 잔 들고 늘상 가던 그 길에도 노란 은행나무잎이 나비 춤추듯 내려앉아 융단을 폈다. 회색빛 음울한 삶에 찌든 영혼들에게 진한 커피향 같은 낭만을 선사하는 가로수길을 걷노라니, ‘한국의 나나 무스꾸리’로 불렸던 포크 가수 박인희의 노래가 떠오른다.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만큼 또 멀어지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2023.11.15 16:27“오늘 이 자리는 우리 민족을 일으켜 세우는 거대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1952년 6월 9일, 남강 최상채 박사가 광주서중에서 열린 전남대학교 개교식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취임사를 했다. 1903년 장흥에서 태어나 일본교토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교육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높았던 학자였다. 사석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줄곧 ‘내 꿈은 문교부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날 전남대 초대 총장에 취임하면서도 ‘민족교육과 인재양성’을 수차례 다짐했다. 1951년 설립 인가를 받은 전남대는 1952년 도립광주의...
2023.11.14 16:45가을이 무르익을 11월에 성큼 다가온 추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길거리 음식이 유혹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올 여름 국내 길거리 음식하면 ‘탕후루’가 꼽힌다. 탕후루는 중국식 디저트로 과일을 나무 꼬치에 꽂아 설탕과 물엿을 입혀 겉면을 딱딱하게 굳힌 뒤 먹는 음식이다. 탕후루는 10~20대사이에서 ‘최애 간식’으로 꼽힌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10대 인기 검색어 1·2위 모두 탕후루 관련 키워드였다...
2023.11.13 17:09‘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이 있다. 도광양회는 삼국지의 ‘도회지계(어둠 속에 계획을 감춘다)’에서 유래됐다. 유비가 여포에게 패한 후 거지 신세로 쫓겨다니다가 조조에게 의탁하게 될 당시, 조조는 유비의 야망을 떠보고자 했고 이에 유비가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게 된다. 그 덕분에 유비를 겁쟁이로 여기게 된 조조는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유비는 이러한 고비와 굴욕을 잘 참아 넘겨 결국 훗날 중원의 패권을 두고 조조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었다. 도...
2023.11.12 18:20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大學入學共通テスト)’가 있다. 매년 1월13일 이후 첫 번째 주말,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공통테스트’를 앞두고 많은 수험생들이 돈가스를 먹는다. 돼지 돈(豚)에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발음 ‘가스’를 합친 말이다. 한자 이길 승(勝)도 가스(かつ)라고 발음하는데, 돈가스를 먹으면 ‘시험에서 싸워 이긴다’는 뜻이 됐다. 일본말로 ‘스데키(ステキ)’라 발음하는 스테이크(Steak)도 합격 기원 음식이다. 한자 대적할 적(敵)도 데키(テキ)라고 발음하는데, ‘적을 물리쳐 승리’...
2023.11.09 14:19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솝우화 중 ‘시골 쥐와 도시 쥐’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한 번쯤은 읽어 봤을 것이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어느 날, 도시 쥐(서울 쥐)가 시골 쥐 집에 놀러왔다. 시골 쥐가 내준 음식은 볼품 없었다. 도시 쥐는 “내가 사는 곳에는 맛있는 음식이 산처럼 많다”며 시골 쥐를 초대했다. 도시 구경을 시켜주고, 치즈와 과자, 벌꿀 등을 대접했다. 시골 쥐는 멋진 도시를 동경했다. 하지만 맛난 음식을 두고 고양이가 들이닥쳤다.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꽁무니가 빠지게 줄행랑쳤다. 시골 쥐는 생각했다....
2023.11.08 12:3211월 8일은 24절기 중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다. 예로부터 입동이 지나면 아주 중요한 월동 준비 행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김장’이다. 김장은 가족과 친지, 이웃 간에 서로 돕고 나누는 일종의 품앗이 행사로,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요즘 들어선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화, 서구화된 식단, 외식 증가 등으로 인해 김치 소비가 줄면서 김장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김장은 중차대한 연례 행사중 하나다. 그런데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
2023.11.07 13:41최근 전국의 한우농가를 덮친 럼피스킨(Lumpy Skin Disease)은 올해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감염병이다.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사태를 극복했을 무렵, 한국에선 전례없던 럼피스킨이 축산 농가를 덮쳤다. 소 피부에 덩어리진 작은 결절들이 발생하는 피부병이라는 뜻의 럼피스킨은 1929년 잠비야에서 처음 보고된 아프리카 고유의 질병이었다. 풍토병이던 럼피스킨은 국경을 넘어 1989년 이스라엘, 2015년 유럽의 남동부까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최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한 럼피스킨은...
2023.11.06 17:30여당발 ‘김포시 서울편입’이라는 폭탄발언이 전국을 들쑤시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겠다며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의 속내가 얼마나 다급한 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느닷없는 이슈에 전국민도 혼란에 휩싸여 있다. 마치 1812년 미국 정치인 게리가 자신의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한 ‘게리맨더링’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생전 국가정책을 그렇게 쉽게 내놓은 책임자를 본적이 없다. 그럴듯한 포장조차 생략한 채 말이다. 그조차 안되니 그랬겠지만. 이 발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
2023.11.05 13:55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한 총선 입지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7일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하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중진의원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험난한 땅을 의미하는 ‘험지’(險地)는 정치에선 상대 당 또는 후보의 지지세가 강해 당선이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인 위원장은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 자체가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 수도...
2023.11.02 12:45“나가 정(情) 빼면 뭐시 남겄소.” 연세대 의대 인요한 교수는 전라도 사투리를 전라도 사람보다 더 잘 구사하는 자칭 ‘징글징글한’ 전라도 사람이다. 전라도 기질도 타고 났다. 지금도 자신을 소개할 때면 ‘전라도 순천 촌놈 인요한’이라고 한다. 순천과 순천 친구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던 인요한. 그는 ‘자신을 키운 80%는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정과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이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말하는 전라도도 ‘없이 살면서도 한없이 낙천적인 사람들, 내 것 네 것 없이 나누어 쓸 줄 아는 인심,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마...
2023.11.01 17:29전남일보 사회부가 지역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반년에 걸쳐 준비하고 취재한 시리즈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가 11번째 기사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기사를 기획했을 때가 생생하다. 아직 여름도 오지 않을 때였다. e스포츠를 담당하던 기자가 ‘광주에서 롤드컵을!’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사회면의 톱 하나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당 기자가 광주 장애인e스포츠팀인 ‘무등’의 대회를 다녀왔다. 그는 스포츠 현장에서 항상 뒷전이었던 장애인들이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부딪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
2023.10.31 16:06우리나라에는 진(鎭)이나 원(院)으로 끝나는 지명이 여러 곳 있다. 주로 군사요충지에 설치된 진은 해안경계부대가 있던 곳으로 노량진, 주문진, 초지진 등이 이에 속한다. 조치원, 사리원, 이태원 등 원은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 등 공무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던 공공 여관으로 흔히 역(驛)과 함께 사용됐다. 대개 역원(驛院)을 두면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의 이름도 원의 이름을 따라 부르는 일이 관례처럼 되어 왔던 것이다. 한양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원(院)이었던 이태원은 이 땅, 이 민족의 슬...
2023.10.30 18:19한동안 개성있고 화려한 스타일의 Y2K가 패션계를 장악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올드머니 룩’으로 트렌드가 바뀌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유산이나 상속받은 자산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상류층을 뜻하는 올드머니. 올드머니 룩은 이들이 입을법한, 말 그대로 ‘고상한’ 패션이다. 화려한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재 등 좋은 질과 옷의 완성도가 높은 것에 의미를 둔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이나 코인, IT 기술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부를 이룬 신흥 재벌에 대한 불만과 극심해진 인플레이션...
2023.10.29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