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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신이시여. 나에게 복수의 힘을 주소서.” 서기 1218년.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칸이 서쪽으로 국경을 맞댄 호라즘 왕국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호라즘은 오늘날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대부분을 차지하고 실크로드를 장악한 거대한 이슬람 왕국이었다. 낙타 500마리와 상인 500여 명으로 구성된 몽골의 사절단이 호라즘의 수도 사마르칸트에 도착한 그날, 재물에 눈이 어두웠던 호라즘은 그들을 모두 살해하고 재물을 약탈했다. 칭기즈칸은 분노했다. ‘언덕에 올라 땅에 얼굴을 묻고 사흘 밤낮을 울며 신께 복수를 갈구했다...
2024.06.13 18:33지구는 공기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비, 바람 같은 기상 변화가 일어난다. 공기가 있어 새와 비행기도 하늘을 날수 있다. 지상에서 어느 높이까지 공기가 있는 걸까. 1890년대, 기상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풍선을 이용해 찾았다. 하늘로 올라갈수록 온도와 기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다. 전 세계 기상학자들은 오늘도 매일 같은 시간에 센서를 장착한 풍선을 띄운다고 한다. 풍선은 군사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폭탄이나 정찰용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중 1944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풍선 폭탄 9300여개를 미...
2024.06.12 18:02‘오뉴월(양력 6~8월) 더위에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는 6~8월이며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벌써 곡성과 담양에서 11일 오전 올해 들어 첫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강원도에서는 지난 밤 첫 열대야까지 관측됐다. 폭염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때, 열대야는 밤 기온이 25도 이상일 경우를 말한다. 올해는 폭염과 열대야가 심화될 것이라는 기상청에 관측에 따라 혹독한 여름나기가 예상된다.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는 한반도는 여름더위가 대단하다. 습도까지 높아 더위의 강도가 높다. 한낮 더위도 참기 힘...
2024.06.11 17:07문화·예술에 대한 후원을 의미하는 단어인 메세나(Mecenat)는 로마 제국 초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의 측근 마이케나스의 이름에서 따왔다. 마이케나스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최고 권력자의 곁에서 철저한 그림자이자 막후 참모로 남으며 문(文)으로 왼팔 역할을 했다. 카이사르(시저) 암살 직후 그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경쟁자들을 꺾는 데는 마이케나스의 공작이 빛을 발했다. 교섭을 위해 밀사로 파견된 그는 공식 직함도 없었으나 고관들을 요리해 상황을 유리하게 바꿨다. 아마 상대방의 속내를 파악해 현실 인식을 바꾸게 하는 능력이 탁...
2024.06.10 18:19바야흐로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다. ‘가치소비’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 행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기능만을 따지지 않고, 구매가 미치는 사회·환경·윤리적 영향까지도 고려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나 동물복지 등과 같은 다양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치소비는 확산하는 추세다. 기업들도 이같은 소비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역 향토기업인 보해양조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44주년을 기념해 5·18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라벨을 ...
2024.06.09 16:24“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입니다.” 지난 2013년 2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서울 도봉구의 한 장애인 자립형 근로사업장을 찾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중증장애인 31명이 자활의 꿈을 키워가던 이곳은 기업이나 개인의 물품 등을 기부 받아 다시 판매하던 ‘굿윌스토어’. 일자리와 복지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박 전 시장은 이날 축사에서도 “재활용 활성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은 제가 꿈꾸는 ‘리사이클 도시, 서울’의 모습.”이라고 했다. 시장에 당선되기 전, 미국 굿윌 본부를 방문해 한국에서 굿윌을 시작해보겠다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
2024.06.06 17:501976년 1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 영일만 일원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전 국민께 알렸다. 국내 기술진이 오랜 탐사와 시추를 해본 결과 서너 개 공(孔) 중 한 군데서 가스와 석유가 발견됐다. 물론 나온 건 소량으로 KIST에서 분석한 결과 질이 매우 좋은 석유로 판명이 됐다. KIST는 이후 경제성이 없다는 분석 결과를 냈다. 산유국의 부푼 꿈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비산유국’일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울산 동남쪽...
2024.06.04 17:34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된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 기사 피살 사건은 2000년 8월 발생했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됐던 15살 최모군은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범행을 부인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2심에서 범행 시인 후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을 확정했다. 이후 2003년 6월 진범으로 지목된 김모씨가 잡혔다. 김씨가 범행을 진술했음에도 불구, 검찰은 김씨에 대한 수사를 반대했다. 그로부터 16년 뒤인 2016년 11월 광주고법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
2024.06.03 18:30외교부가 비정기적으로 발간하는 주요국가 관계 정보 중 일본판, 즉 ‘일본개황’은 일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한일 외교관계 등을 담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해 개정한 ‘2023년 일본개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전에 발간된 ‘2018년 일본개황’ 등에는 상세히 기술됐던 일본 정치인들의 과거사 발언과 역사 왜곡에 대한 내용이 대폭 삭제되고 축소됐기 때문이다. 2023년 일본개황을 살펴보면 맨 앞 페이지에 일본 국기(國旗), 국가(國歌)가 소개돼 있고 △일본의 정치제도 △대외관계 △방위·안보 △경제 △한·일 관계 등으로 ...
2024.06.02 15:25“바다는 마치 생명을 가진 존재처럼 친절하고, 때로는 무자비하며, 항상 무한하게 강하다.” 소설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바다는 삶의 원천이면서 경외의 대상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쿠바의 바닷가에서 보낸 헤밍웨이. 망망대해에 나가 거대한 물고기와 싸운 어부 산티아고를 통해 그는 바다를 광대하고 예측 불가능한 힘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인간의 강인함과 의지를 시험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나에게 바다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문학적 상상력과 철학적 성찰을 자극하는 근원이었다.”는 게 헤밍웨이의 ...
2024.05.30 17:19광주 동구 끝자락인 소태동에 자리를 잡은 ‘왕실의 태가 묻힌 곳’이라는 태봉(胎封)마을은 조용하지만 아름다운 곳이었다. 약 100가구 규모의 주민들이 무등산 자락을 등에 업고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다. 허나 조용하면서 평화로웠던 이 마을은 그러나 어느해 어느 봄을 기점으로 조용함 부터 더욱 무겁고 깊은 침묵 속으로 40여년간 잠겨 버렸다. 그때가 1980년 5월 봄이었다. 공수부대가 고향 언저리에 도착했고, 뒤어 광주시내를 점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누구네 집 사촌이 죽었다’, ‘어린 남자애가 총을 맞았다’,...
2024.05.29 18:04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가운데 흐르는 강, 한강은 대한민국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상징한다. 하지만 한강은 흥미롭고 경이적인 역사가 있다. 한강은 태백산맥의 금대봉 정상부 북쪽 비탈에서 발원하여 강화해협 부근의 어귀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본류로 한다. 본류 총연장은 494km에 달한다. 1960년 이전에 모래톱 등이 존재했으며 매우 깨끗했다. 하지만 근대화·산업화로 인해 한강의 수질은 심각하게 악화됐다. 수백 만 명이 모여 사는 도시의 강물을 깨끗하게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강은 기적을 이뤄낸다. 1988년 서...
2024.05.28 17:05개화기 광주 최초의 영적 지도자, ‘오방(五放) 최흥종’. 한 평생을 한센병 퇴치와 빈민구제, 독립운동, 교육활동 등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다. 오방 선생은 광주의 정신적 지주이자 근대 광주의 아버지로 기억되고 있다. - 오방 최흥종기념관 서문에서. 한국의 몽마르뜨라 불리는 양림동은 느릿느릿 한 바퀴를 돌아도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광주의 근ㆍ현대 역사와 문화에 있어 양림동이 차지하는 자리는 결코 작지 않다. 100여 년 전만 해도 돌림병이나 괴질로 숨진 가여운 아이들을 묻던 풍장터였던 양림산 일...
2024.05.27 17:34“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지”라는 말이 있다. 한 없는 낙천성을 보여주는 속담이 아닐 수 없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지만, 어떻게든 해결하게 된다는 긍정성과 희망이 담겨 있다. 미국의 과학자 겸 정치가 벤자민 프랭클린(1706~1790)는 “희망만을 먹고 사는 자는 굶어 죽을 것이다”라는 어록을 남긴 바 있다. 현실적인 목표에 더 집중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전설적인 그룹 너바나 리드싱어 커트 코베인(1967~1994)은 “태양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 줄기의 빛이 내게 비춰...
2024.05.26 17:28“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화려한 궁전을 지어라.” 1631년 어느 날, 무굴제국 5대 황제 샤 자한이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왕비 뭄타즈 마할과 함께 데칸고원 원정길에 올랐던 황제. 하지만 전투지에서 왕비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고, 슬픔에 잠긴 황제는 1년 여를 고민한 끝에 왕비를 영원히 기억하는 ‘궁전 같은 묘지’를 짓기로 결심했다. 자신의 궁전에서 내려다 보이는 야무나 강가에 장소도 마련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지마할 이었다. 타지마할은 명성만큼 세기의 대역사였다. 타지마할이 축조되는 ...
2024.05.23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