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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통해 마음을 정리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혔다.” 배우와 작가, 감독으로 유명한 만능 엔터테이너 하정우에게 걷기는 ‘자신을 위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평균 하루 3만 보, 많을 때는 10만 보까지 걷는다는 그는 걷기를 ‘두 발로 하는 기도’라고 말한다. 건강한 두 다리로 세상을 누비고, 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은 하정우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가져다 준 동력이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는 기나긴 여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깨달음을 얻는 것도 걷기가 있어 가능했다. ‘내가 길을 걷는 게 아니...
2025.05.22 16:56고대 아테네에는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지배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정치인을 추방하는 ‘도편추방제’가 있었다. 시민들은 해마다 투표를 통해 도편추방제를 실시할 것임을 정했으며, 추방이 결정되면 깨진 도자기 조각에 해당 정치인의 이름을 적어 그를 10년간 도시 밖으로 내쫓았다. 누구보다 ‘공정한 사람’으로 불렸던 아리스테이데스도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 어느 날 길을 걷던 아리스테이데스에게 한 시골 사람이 도자기 조각을 내밀어 이름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누구 이름을 적어야 할지 묻는 아르스테이데스에게 시골 사람은 ‘아리스테...
2025.05.21 16:37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첫 소송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1954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한 개인 흡연자가 폐암 진단을 받고 “담배 때문에 병들었다”며 법정에 섰다. 하지만 법정은 냉정했다. 의학적 증거는 부족했고, 흡연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았다. 기업의 방어 논리는 강했고, 소송 비용은 천문학적이었다. “흡연은 당신의 선택”이라는 말 앞에서 피해자의 진실은 늘 뒤로 밀렸다. 그로부터 40년, 흡연자들은 번번이 졌고, 담배회사는 승소를 거듭했다. 1994년, 미시시피주가 움직였다. 처음으로 주정부가 담배로 인한 건...
2025.05.20 13:53‘새옹지마(塞翁之馬)’는 인생의 길흉화복이 항상 바뀌어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다. 이는 중국 고전 ‘회남자’의 ‘인간훈’ 편에서 유래됐다. 변방에 살던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도망가자 마을 사람들이 위로했지만, 노인은 “이것이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후, 말은 다른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고, 마을 사람들은 축하했지만 노인은 다시 “이것이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기뻐하지 않았다. 이후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지만, 이 일로 인해 전쟁에서 징집되지 않아...
2025.05.19 18:03시인, 노래하는 투사, 사회비평가, 생명운동가…. 음유가객 정태춘에게는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참 많다. 그러나 정태춘은 분명 대중가수다. 1978년 1집 앨범 ‘시인의 마을’을 내면서부터 줄창 노래를 했다. 세 살 연하의 아내 박은옥과 함께 무대에 선 세월만 50년이다. 그가 앨범을 열세번이나 내는 동안 크게 히트한 곡들도 많다.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서해바다’, ‘촛불’, ‘에고 도솔천아’ 등은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곡들이다. 정태춘의 노랫말은 하나하나 산문에 가깝다. 음색도, 창법도 이채롭다. 때...
2025.05.18 16:18“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만큼 ‘떼뚬’의 문자표기에 적합한 글자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동티모르 국립대 이은택 교수가 동티모르 정부에 ‘떼뚬’의 표기를 한글로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떼뚬’은 동티모르의 고유한 언어. 하지만 이를 적을 문자가 없어 동티모르는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었고, 알파벳의 한계로 이를 대신할 글자를 찾고 있었다. 이른바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 였다. 그 해 동티모르 대통령의 부인 커스티 구스마오씨와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무장관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떼뚬...
2025.05.15 16:25누가 리더(지도자)인가. 어떤 자질을 가졌는가. 변함없이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6·3대선을 앞두고 문뜩 떠오른 질문이다. 역대 위대한 지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재임때나 사후에도 존경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념이나 지역, 세대, 계층을 떠나 국민은 물론 세계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다. 그들의 업적 뒤에는 뛰어난 리더십이 있다. 상대를 포용하고, 소통, 공감하는 능력이다. 관대함과 검소함, 화합하고 타협할 줄 아는 협치의 기술을 가졌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타협의 달인이었다. 노예제 폐지가 그냥 ...
2025.05.14 14:33혁명은 총칼로 시작되지만, 기억은 문학과 문화로 살아남는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낳은 수많은 기록 중, 가장 오래 남은 목소리는 법령도, 정치 문서도 아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장발장과 가브로슈의 서사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과 인간 존엄, 저항의 윤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남았다. 위고는 파리 봉기와 혁명의 폐허 속에서 ‘기억의 윤리’를 문학으로 엮었다. 가브로슈가 쓰러진 길목은 그 어떤 전승기념물보다 강한 상징이 됐고, 프랑스 시민들은 문학 속 인물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었다. ...
2025.05.13 13:22오는 6월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마무리돼 12일부터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선거운동 기간은 단 22일 간으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택의 날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탄핵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은 국가리더십 공백사태를 끝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운명을 개척할 새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매우 중차대한 선거다. 새 대통령도 당선과 동시에 인수위 활동 없이 곧바로 국정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된다. 지난 계엄정국에서 국민들은 나라의 지도자...
2025.05.12 18:29200페이지 남짓 소설 한 편, 반나절이면 읽지. 과신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거창할까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해도 맞겠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이 그랬다. 광주에서는 지나다니다 보면 사적지고, 스치다 보면 유가족과 경험자들이다. 그 안에서 나는 잘 안다 자부할 수도 없고, 모른다 말하기는 염치가 없어 그저 묵묵히 5월을 보냈다. 왜인지 모르게 미뤄뒀던 ‘소년이 온다’를 모두 읽는데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렸다. 반나절이면 읽겠다 싶었던 소설은 한 챕터를 지날 때마다 소화를 시켜야 했다. 한 챕터 안에서도 한 문단 한 문단이 ...
2025.05.11 17:331972년 3월 31일, 옛 소련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2대의 우주선이 발사됐다. 금성에 착륙해 미지의 행성 금성을 연구하기 위한 무인우주선 베네라 8호와 또 다른 쌍둥이 우주선이었다. 지구에서 금성까지 평균 거리만 1억 7000만㎞. 소련은 실패에 대비해 2대의 우주선을 발사했고 이 중 베네라 8호가 그 해 7월 22일, 금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하지만 함께 발사됐던 또 다른 우주선은 궤도 진입에 실패해 지구에 갇히고 말았다. 비운의 우주선 코스모스 482호였다. 소련은 성공한 베네라 8호와 달리 실패한 우주 탐사선을...
2025.05.08 18:00최근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로 파기 환송한 사례는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사법 불신’이라는 깊고 심각한 위기를 우리 사회에 안겼다.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유력 대선 주자의 피선거권을 사실상 박탈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쳐질 수 있는 법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해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시켜 단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 잇단 졸속과 무리수로 법조계에서도 ‘사법 권력의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을 초래했...
2025.05.07 16:54“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1993년, 강정인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정치학회에서 던진 이 한 문장은 교육계와 지식사회를 뒤흔들었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이 유명한 문장을 그는 철저히 검증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원전 어디에도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플라톤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반영해 창작한 문장이었다. 이후 이 지적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권고로 교과서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그러나 강 교수의 진짜 문제의식은 단순한 인용 오류가 아니었다. 그는...
2025.05.06 17:11“스크린 쿼터가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한덕수 본부장이 스크린 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스크린 쿼터는 영화관에서 일정 기간 이상 자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로 스크린 쿼터를 줄이는 것은 한국 영화산업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한국 영화 말살에 경제 관료가 앞장서고 있다’는 등 영화계의 원성도 높았다. 하지만 영화계의 반발에도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스크린 쿼터는 한덕수 본부장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취...
2025.05.01 17:39“정보는 곧 힘이고, 정보통신은 국가 생존의 열쇠입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1980년대 후반,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통신 산업의 가치를 이같이 강조했다. 단순한 경영철학을 넘어, 한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적 통찰이었다. 섬유와 무역으로 시작한 선경그룹은 세계 산업 구조의 흐름이 급변하는 조짐을 읽었다.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이 두 축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명을 SK그룹으로 전환하고 에너지와 통신으로의 대전환을 과감히 추진했다. SK는 국가 기...
2025.04.29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