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분홍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지는 만연사. 사철 아름다운 절집이다. 이돈삼 대웅전 앞의 당간지주 사이로 본 절집 풍경. 진분홍 배롱나무 꽃과 요사채가 어우러진다 . 이돈삼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볍게 걷는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다. 호숫가에 설치된 운동기구와 한몸이 되기도 한다.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여름 한낮도 싱그럽다. 녹음이 우거져 괜찮다. 봄날엔 벚꽃과 철쭉꽃으로 화사했던 길이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버무려진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멋스럽다. 밤에는 별천지를 이룬다. 사방이 어두워지면 호수에서 보름달이 떠오른다. 달 속에선 토끼 두 마리가 절구방아를 찧는다. 수변도 황홀경을 선사한다. 화순 동구리 호수공원 이야기다. 평범하던 저수지가 공원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화순군이 연못분수와 ...
편집에디터2022.08.04 15:222003년 덴마크 스톡홀룸 광장, 진도강강술래. 이윤선 "너를 어쩜 좋니/ 촉촉한 코를 내 얼굴에 대고/ 폭폭폭 숨을 쉬며 자는 너를(중략)/ 내가 뭐라고/ 나 같은 게 뭐라고/ 자그마한 생 전체를 맡겨두고/ 온몸으로 말을 걸어오는 너" 이토록 다정한 연인이라니. 대체 누구이길래 몸을 던져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 맘을 던져 사랑하는 것일까? 그것도 오로지 화자 한 사람만을 말이다. 이런 사랑이라면 사람의 삶이 어떤 한순간인들 무슨 상관있으랴. 그 순간을 영원처럼 살면 되는 것을. 하지만 사람에 대한 사랑 얘기가 아니다. 한건희의 '고양이는 서른 살, 개는 세 살'(부크크)에 나오는 시다. 사람이었으면 더욱 좋을 뻔했으려나? 반려동물과의 이런 관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깊고 넓다. 식용이 일반적이었던 복날 풍습의 정서와는 격세지감이다. 급류에 휩쓸린 차 안에서, 개를 먼저 구...
편집에디터2022.08.04 15:1620세기 이후 독일 미술사에서 비운의 천재 서양 현대 사상가였던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önflies Benjamin, 1892~1940)은 제1차 세계대전 나치 정원의 야만의 문명 속에서 '문명의 역사는 새로운 몰락의 과정이다' 이자 '과거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점화할 재능을 요청한다. 과거를 역사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스치는 어떤 기억을 붙잡는 것' 이라 말한다. 개인의 역사를 넘어 현대 미술사에 그 궤적을 남겼던 치욕적 과거 독일의 역사는 어쩌면 많은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재까지 회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자신의 작품 앞에서 이를 증명하는 현대 미술작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년 독일)는 문화적 기억과 정체성의 다층적인 주제로 작업하는 것으로 잘 ...
편집에디터2022.07.31 17:10비경은 언제나 그랬다 아무에게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고. 지리산 뱀사골 깊숙한 곳에도 숨겨진 것이 있다 실비단 폭포가 그것이다 이끼의 생생함이 더해져서 일명 이끼 폭포라고도 부른다 에서 선정한 한국의 100대 볼거리 중 하나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 비경임에는 틀림이 없음이다 6·25전쟁 직후 빨치산들이 이 아래에 있는 단심폭포에서 맹세 서약을 하고 숨은 샛길로 반야봉 비트를 향해 오르면서 이 폭포의 가냘픈 매력에 빠져 잠시나마 현실의 고달픔을 털어낼 수 있었을까나. 그래서인지 더욱 애처로운 비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은 반달가...
편집에디터2022.07.28 14:42씻김굿(이슬털이). 진도군 제공 몇주 전 조선일보 조용헌살롱에서 '씻김굿의 이슬털이는 술 만들기''는 내 이론을 다루어 주었다. 씻김굿의 핵심거리인 '이슬털이'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 시대가 장차 씻김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상재(上梓)한 글이다. 내 오랜 주장이기도 하지만, 비로소 내 생각들이 인용되는 듯하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감사드린다. 이 언급을 기회로 다가오는 명절 백중을 빌미 삼아, 기왕의 설을 보충해 둔다. 진도뿐 아니라 남도 전역의 씻김굿 중 가장 핵심적인 대목이기도 하고 또 이 시대가 더불어 어깨 겯고 나가야 할 덕목이라는 점을 환기한다. 누룩과 솥뚜껑을 솔가지(근래는 빗자루)로 씻는 의례 이슬털이. 이윤선 남도씻김굿 이슬털이 방법과 유교적 맥락 진도를 중심으로 하는 남도의 씻김굿은 우리나라 남도 무속의례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 사안마다 다른 이름을 붙...
편집에디터2022.07.28 14:42매천의 초상화, 그 자체가 역사 절명시 4수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 황현(黃玹, 1855~1910),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그의 얼굴만으로 충분하다. 얼굴은 그가 살아온 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황현의 제자 김상국은 「매천 선생 묘지명」에서 황현의 외모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체구는 작으나 정갈하고, 이마는 넓어 얼굴의 삼분의 이를 차지하고, 눈은 틀어진 듯하나 번개 치듯 빛나며, 사람을 볼 때 안광이 하늘에 비치고, 수염은 용과 같이 가볍고 시원스럽게 펼쳐진 듯하였다." 김상국이 쓴 묘지명은 매천의 외모를 표현하고 있지만, 그의 정신세계를 헤아리게 해 준다. 황현의 인물 사진 두 장도 남아 전한다. 삶을 마감하기 직전인 1909년, 소공동 대한문 앞에서 해강 김규경이 운영하는 사진관 '천연당'에서 찍은 것이다. 한 장에는 테두리 오른쪽에 친필로 '매천 55세 소영(梅泉...
편집에디터2022.07.27 09:49〈세서미 스트리트〉의 머펫 '빅버드'. 차노휘 미국 영화 영화(영상 작품)는 제작과정에 창조적 요소와 기계·기술적 요소 그리고 경제적 요소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자본주의의 꽃이자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을 책임지는 제작자와 스튜디오·카메라·녹음·현상 등의 시설이 있어야 하며 작품을 감독하는 감독과 시나리오작가·배우·촬영기사·미술가·음악가·편집자가 공동으로 작업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를 관객과 연결시키려면 배급처와 영화관이 필요하다. 광고가 따라야 하고 영화평론가들의 평가도 있어야 한다. 마침내 영화관에서 관객을 만났을 때에야 대중전달의 기능이 발휘되고 거기에서 상품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다. 관객에게 심리적 영향을 줌으로써 예술적 또는 오락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렇기에 영화는 '자본'이 ...
편집에디터2022.07.21 15:35방풍림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정자. 마을 어머니들이 한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이돈삼 여러 해 전, 해남 땅끝으로 가는 길이었다. 황량한 들녘에 앙상한 가지만 남은 고목이 줄지어 있었다. 한눈에, 방풍림임을 직감했다. 줄지어 선 버드나무와 팽나무의 나이도 지긋해 보였다. 밑동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났다. 해남윤씨의 옛집과 어우러져서 더 아름다웠다. 윤철하 고택의 안채와 별당채. 안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채와 별당채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이돈삼 백방산(198m)과 사이산(162m)이 에워싸고 있는 해남군 현산면 초호리다. 그 마을을 다시 찾았다. 계절을 달리해서, 초록이 짙어가는 여름날이다.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쏟을 듯한 날씨다. 저만치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하늘은 희끄무레했지만, 방풍림은 여전히 늠름하다. 버드나무와 팽나무, 느티나무의 이파리도 무성하다. 흡사...
편집에디터2022.07.21 15:38석양 깊은 골짜기, 헛간의 오래된 부삭(아궁이), 쇠여물 솥에 불을 '달멘다'. 덜 마른 '등걸'은 송진을 피식피식 토해내면서도 불을 품는 성정이 그윽하다. 웬만한 바람 따위로는 이 진득한 화염을 방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빼짝(바싹) 마른 '뜽컬'은 그리 진득하지 못하다. 그저 제 몸 하나 태울 화력이라고 할까. '등걸'을 켜켜이 쌓아 불을 지피는 것을 '달멘다'고 한다. 오래된 우리 고향 말이니 이 정도 설명은 해두어야겠다. 고사한 나무뿌리 땔감을 '뜽컬'이라 하고 일반적인 장작을 '등걸'이라 한다. 솔잎 땔감을 '소사리'라 한다...
편집에디터2022.07.21 15:12남원몽심재 안채. 이윤선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의 설운 회포를 말하여 주노나~" 신파극단 취성좌(聚星座)가 서울 단성사에서 공연할 때다. 여배우 이애리수(1910~2009)가 막간 무대로 나와 이 노래를 불렀다. 갑자기 객석에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삽시간에 장안의 화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훗날 남인수가 불러 국민가요가 되었던 , 본래의 노래 제목은 이다. 전수린이 작곡하고 왕평이 작사하였다. '황폐한 도성의 흔적', 개성 만월대를 보고 지은 노래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망해버린 왕조 고려에 투사했으리라. 허물어진 성터가 주는 영감은 벼랑에 폭포수 쏟아지듯 망국의 조선사람들에게 번졌으니, 일제가 서둘러 금지곡으로 지정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잡초 우거진 도성 터, 이것이 어디 개성의 만월대에 그치겠는가. 흥망성쇠의 왕조에 그치겠는가....
편집에디터2022.07.14 15:31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응당 이런 것이라고 하면서 살아보지만 요즈음 우리나라 날씨가 열대지방보다 더 덥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세상이 시끄럽고 인간들이 지은 죄가 크다 보니 자연이 참다못해 분노하는 것일까 이제 우리는 어디에서도 차분하지 못하다 차분 그 자체에 빠져 있다간 살아남지 못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 우리를 끊임없이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차 한 잔 들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밀려오는 먹구름에 가슴 철렁해지기도 하지만 뭔가 좀 시원스럽게 펼쳐질 것만 같아 그 불안한 기운을 가슴으로 맞이...
편집에디터2022.07.14 15:31최지몽을 모신 사당, 국암사(영암 서구림리) 최지몽 위패(국암사 안) 고려태사 민휴공 최지몽 유허비(영암 동구림리) 천문·복서에 정통 고려 태조 왕건의 꿈 해몽으로 유명한 최지몽(崔知夢, 907∼987)은 효공왕 11년(907), 전남 영암에서 원보(元甫) 최상흔의 아들로 태어난다. 영암 출신인 풍수의 대가 도선국사가 입적한 8년 후다. 지몽의 어렸을 때의 이름은 총진(聰進)이었다. 지몽의 가문이 어떠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부친의 품계가 원보인 것을 보면 영암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호족 집안으로 추정된다. 원보란 고려 초 건국 유공자 및 지방호족에게 주던 벼슬의 등급인데, 4품 하계(下階)로 16관계 중 제8위에 해당한다. 문종 30년(1076)에 제정된 경정전시과 규정을 보면 원보는 제13과에 속하여 전(田) 35결과 시(柴) 8결을 받고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삼...
편집에디터2022.07.13 15:37전망대에서 바라본 뉴욕시티. 차노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간의 문화적, 예술적, 오락적 활동은 그 사회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의 지식인이기도 한 예술가들이 그들의 작품으로써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1933년 개봉된 이후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는 고전 영화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도 그 중 한 작품이다. 현대까지 꾸준히 리메이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킹콩과 대조적인 상징성을 띠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출현시킴으로써 더 유명세를 타게 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는 보다 2년 앞서 세상에 태어났다. 1929년 공사를 시작하여 1931년 완공된 그 빌딩은 높이 381m, 그 당시 세계 최초의 마천루였지만 세계무역센터가 지어지면서 2위로 밀려났다. 2001년에 세계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진 이후로는 다시 뉴욕에서 가...
편집에디터2022.07.07 16:13섬의 산정에서 만난 꽃밭. 배경 무대로 섬과 바다가 자리하고 있다. 이돈삼 산과 들에 여름꽃이 흐드러졌다. 여름꽃으로 별천지를 이루고 있는 섬으로 간다. 호젓한 섬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섬 자체가 정원이고 꽃밭인 '쑥섬'이다. 전라남도의 제1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돼 있다. 쑥섬은 고흥반도의 끝자락,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에 딸려 있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에 속한다. 외나로도항에서 배를 타면 5분 만에 데려다주는, 섬 속의 섬이다. 섬의 면적이 32만6000㎡, 해안선의 길이 3㎞ 남짓의 작은 섬이다. 인구는 주민등록상 30여 명이 산다. 오래 전 섬에 쑥이 지천이었다고, 한자로 쑥애(艾) 자를 써서 애도(艾島)이고 쑥섬이다. 마을 담장에 그려져 있는 고양이 조형물과 그림. 길손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한다. 이돈삼 비밀의 정원에 세워져 있는 고양이...
편집에디터2022.07.07 16:152022. 6. 20_22. 통신사선 탐사, 홍도의 해무 -이윤선 유월 중순을 넘긴 바다는 깊고 아득했다. 한 치 앞을 열어주지 않는 시계(視界)였다. 틈새로 간혹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지난 6월 20일부터 3일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복원통신사선이 공식적인 첫 탐사(단장 진호신 연구관)에 나선 길이다. 항구에 접안 하기는 했지만 묘박(錨泊)에 준한 일정이었다. 배에서 먹고 자고 사흘 밤낮을 보냈다. 시험탐사 때도 합류하여 본 지면에 감상을 남긴 바 있다(2022. 1. 14). 새벽부터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곧게 한 후에야 승선할 수 있었다. 고대로부터 배를 타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러하다. 제사장이 큰 제사를 지낼 때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스치는 바람 한 조각, 지나는 날짐승 하나에도 일진과 기후의 조짐을 예측하고 대비한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임에도 이 심리...
편집에디터2022.07.07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