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너머 새로운 추상풍경을 엿보다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미술
자연의 너머 새로운 추상풍경을 엿보다
김익모 조선대교수 개인전 '추상풍경-형상 너머의 세계'||9일부터 18일까지 예술공간 집
  • 입력 : 2020. 06.08(월) 16:28
  • 박상지 기자

김익모 작 'Abstract Landscape'

캔버스에서 흘러내리는 라벤더의 향과 꽃물이 바닥을 흥건하게 적실 것 같다. 작품 가까이 다가가자 디지털 화면에 오류가 생긴 듯 캔버스에는 초점 흐린 색채의 군집이 펼쳐져 있다. 카메라의 핀이 잘못 맞춰진 상태를 연상하게 하는 회화적 표현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숲의 색, 바람 소리, 새 소리, 나무의 색, 꽃의 색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이미지들은 다분히 추상적이지만 자연의 또 다른 무한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김익모 작가(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는 자연을 모티브로 추상 풍경을 그려오고 있다. 판화나 회화를 주로 작업하며 재료나 기법은 달라도 작품의 근간은 항상 자연풍경이다. 눈 앞에 보이는 자연풍경을 그대로 옮기기 보다는 자연을 마주한 심상을 색채와 형태로 표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작품은 자연물에서 차용한 추상 이미지를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조형미를 더해 제작된다. 언뜻 추상적 풍경은 상징의 세계 같지만 '직관의 세계'에 가까운 형태로 그려진다.

자연을 모티브로 추상(抽象)풍경을 그려온 김 작가의 개인전이 예술공간집에서 열린다. 9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추상 풍경 - 형상 너머의 세계'로 올해와 지난해 그려온 근작 20여 점이 전시된다.

이번 개인전에서 김 작가는 '형상 너머의 무엇'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가치들'을 회화적으로 표현했다. 평소 '장자'나 '채근담'을 즐겨읽는 작가는 욕망에 집착하지 않고 고아한 경지에 뜻을 두되 외로운 생각에 빠지지 않는 삶을 실천해왔다고 한다.

이러한 작가의 삶의 태도는 생활 안에 머물지 않고 작품 안으로 녹아들게 된 요인이 됐다. 홀로 작업실 안에서 명상에 몰입하는 시간동안 작품에 대한 영감과 작가만의 그림철학이 완성돼 갔다.

박은지 갤러리 아트 14 대표는 "그의 그림에서는 원초 생명력의 원기(元氣)를 느낄 수 있다"며 "예술 작품이 예술가를 떠나 독립적으로 자가 발언을 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이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할 수 있다면 그의 캔버스 앞에서 한없이 행복해져도 되는 것은 아닐까"라며 작가의 그림 속 무한한 자연의 생명력을 해석했다.

김익모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 미술과를 졸업했으며, 뉴욕주립대학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현대조형미디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싱가폴 아트페어, 모스크바비엔날레 특별전, 이스탄불 코리아 아트쇼, 국제현대미술제, 광주시립미술관 개관기념전 등 국내외의 굵직한 전시들에 참여하며 판화와 회화 모두 왕성한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런던대영박물관, 호암미술관, 예술의 전당, 광주시립미술관, 광주가정법원 우크라이나 앙데팡당 현대미술센터 등 국내외 주요 장소에 소장돼 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현대작가에뽀끄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익모 작 'Abstract Landscape'

김익모 작 'Abstract Landscape'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