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종순>수돗물 관리, 대테러 차원에서 취약 요소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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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기고·백종순>수돗물 관리, 대테러 차원에서 취약 요소 보완해야
백종순 광주대 초빙교수·국가안보재난대테러연구소장
  • 입력 : 2020. 08.03(월) 14:16
  • 편집에디터
백종순 광주대 초빙교수·국가안보재난대테러연구소장
인천 지역 일대에서 지난 7월 초부터 수돗물에서 깔다구 유충이 발견되어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 지역뿐만 아니라 경기도 시흥시와 화성시, 수원시, 파주시와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에서도 유충이 발견되었다. 유충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여름철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고인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인천 지역에서는 2019년 상반기 이래 지속되는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으면서 290만 인천 시민들의 식수원 오염 문제가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문제를 떠울릴 정도로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전국의 47개소의 정수장에 대해서 무작위로 점검하였으나 다행스럽게도 기타 지역에서는 별다른 특이 사항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1991년 3월에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두산전자의 페놀 원액 저장탱크에서 페놀수지 생산라인으로 연결된 파이프가 파열되어 페놀 원액이 낙동강 지류인 옥계천으로 흘러 들어간 사건이다.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대구 시민들의 신고가 빗발쳤으며, 조사 결과 두산전자가 1990년 10월부터 페놀이 다량 함유된 악성폐수 325톤을 옥계천에 무단방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들을 분노하였고 국회가 진상조사에 나서자 정부 당국은 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 7명, 두산전자 관계자 6명을 구속하고 관계공무원 11명을 징계하는 등 환경 사고로는 유례없는 문책 인사를 했다. 페놀 오염사건은 마시는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환경 문제가 곧 인간의 생존권 문제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정부 당국에서는 고의로 유해물질을 배출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비롯해 '환경개선비용부담금법', '자연환경보전법'등을 제정하고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시키는 한편, 상수원 수질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4년 1월 다시 낙동강 수원지에서 다량의 벤젠·톨로엔이 검출되고 수돗물에서 악취가 심하게 나는 수질오염이 재현된 바 있었다.

먹는 수돗물은 시민의 생명수와 같아서 식수원 관리부터 각 가정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보호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광역시는 2018년 말 기준으로 상수도 급수 인구가 99.91%로 북구와 광산구 일부 오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시민들이 식수로서 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만약 상수도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150만 시민의 불안과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천의 수돗물 유충 사태를 계기로하여 광주광역시의 수돗물 관리 체제는 문제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수돗물 공급체계를 살펴보면 우선 생산시설로서 수원지와 취수장은 동복수원지, 제2수원지, 제4수원지, 주암호 등 4개소를 운영하고 있고 정수장은 덕남 정수장, 용연 정수장, 각화 정수장 등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급수 시설은 가압장 35개소와 배수지 16개소 및 지수 43개소를 운영하고 있고 배관은 총연장 3,932,902m를 통해 365일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수돗물 생산에서부터 공급에 이르기까지 과정별, 시기별로 수질관리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일일검사, 주간검사, 월간검사, 분기검사, 연간검사를 실시하고 수돗물평가위원회를 운영하는 등 최상의 수질 관리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에서는 지금까지 타지역에 비해서 수돗물에 의한 문제가 발생하여 시민들이 불안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수돗물 관리체제에도 취약한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사회 불만 세력이나 테러분자가 시민의 생명과 사회불안을 노리고 접근한다면 취약한 부분을 공격할 것이다. 이를 살펴보면 첫째, 상수원이 호소수로서 직접적인 관리 대상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만 한정되어 있는 점이 취약하다. 둘째, 정수장 시설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고 여러 단계를 거쳐서 정수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유해물질 투입에 취약하다. 셋째, 배수지와 가압장 그리고 고층 아파트의 물탱크에 대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나 약품 등을 투입 시에도 각 가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취약 요인이 있기 때문에 광주광역시에서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주관이 되어 취약요소 점검과 접근통제대책, 수질 상태 확인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불만 세력이나 테러분자 등의 행동 목적은 시민의 생명을 노리거나 사회혼란을 조성하는 것이므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노릴 수 있다. 따라서 광주광역시에서는 이번 기회에 광주시민이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수원지에서부터 각 가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취약 요소를 보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