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갈수록 움츠러드는 학교밖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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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코로나19로 갈수록 움츠러드는 학교밖청소년
대면 소통 부재… 자기주도성↓ 고립감↑||아르바이트 구직난에 결식 우려도 커||"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책 시급해"
  • 입력 : 2020. 08.05(수) 17:40
  • 양가람 기자

학교에 다니지 않는 백모(18·여)씨는 요즘 집 안에서 컴퓨터를 하거나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코로나19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관두게 되면서 여기저기 구인광고를 찾아보고 있지만 마땅한 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백씨는 "학교밖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인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 재고물품 수량이 부족하면 도둑으로 의심받았다. 가뜩이나 지금은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집에만 있다보니 우울감도 든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학교밖청소년들의 소외감이 심해지고 있다. 지원센터 등이 휴관하면서 집에만 있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해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대면 소통 단절로 사회적 고립 우려

'학교밖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은 제도권 학교(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으로 정의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말 기준 전국 학령기(7~18세)의 학업중단 청소년 수는 40만명에 달한다.

광주에는 매년 1500여 명의 학교밖청소년이 생긴다.

동구 소태동에 위치한 '광주시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는 만 9세부터 만 24세 미만의 학교밖청소년 150여 명이 꿈을 키우고 있다. 매년 300여 명씩 센터를 이용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이용 청소년이 급격히 줄었다.

센터에서도 학교밖청소년의 '학업복귀'를 위해 검정고시 특강, 멘토링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센터의 휴관으로 청소년들은 각자 집에서 비대면 방식의 강의를 듣게 됐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는 온라인 학습의 효율이 낮고, 센터 입장에서도 청소년 한 명 한 명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으로 센터 문이 열렸지만, 조리사·미용 등 실습 과정으로 이뤄진 직업 교육은 여전히 어렵다.

대면 소통의 단절은 청소년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사회로부터 소속돼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과 세간의 부정적 인식에 시달려온 탓에 장기간 고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경 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중요한 건 소통과 주변인들의 관심"이라면서 "하지만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보 단절은 물론 사회성 결여로 인한 자존감 하락 등이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아르바이트 못 구해 경제적 어려움

학교밖청소년의 대다수는 비정규직 서비스업이나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학교밖청소년 이행경로에 따른 맞춤형 대책연구'에 따르면, 상당수 학교밖청소년은 전단지 돌리기·이삿짐센터 포장 등 업종(30.7%)에 종사한다. 패스트푸드점(24.3%), 카페·게임방·노래방(16.4%) 등 업종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서비스업은 물론 아르바이트 구직난이 심각해지면서 학교밖청소년들의 생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부모의 돌봄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학교밖청소년들은 당장 결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무료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월 2회 마스크, 손세정제, 즉석밥, 반찬 등을 담은 급식키트 '밥 블레스유'를 가정으로 발송, 직접 전달하고 있다. 급식키트 배달은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자립·복지 지원책 필요

하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광주시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과 함께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세상배움카드'를 지원하고 있다. 만 9~18세 지역 학교밖청소년들은 센터에 신청만 하면 월 3~5만원의 교통비를 8개월 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원금액도 적고, 당장 굶주리는 청소년들을 돕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경 센터장은 "서울은 10만원이 지원된다고 하는데, 그거에 비하면 너무 적은 금액이다. 또 지원금을 교통비로만 써야 하는 점도 아쉽다. 일부 금액은 식당이나 편의점에서도 사용하도록 한다든지 추가로 여러 지원책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센터에 대한 지원도 절실하다.

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올 한해 지원금은 약 1억2000만원이다. 해당 금액의 80%는 센터 관계자(팀장, 팀원 등) 3명의 인건비로 충당된다. 나머지 20%로 청소년들의 학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셈이다.

센터 관계자들의 처우 역시 열악한 편이라 오래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는 고스란히 청소년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돌아온다.

이미경 센터장은 "어렵게 정붙인 선생님들이 금방 떠나버리면 청소년들도 방황할 수 밖에 없다. 청소년에 대한 지속적 자립 지원 못지 않게 센터 선생님들의 안정된 복지환경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