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코로나19 시대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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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슬기로운 코로나19 시대 일상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0. 09.09(수) 16:41
  • 노병하 기자

"저 사람은 마스크 왜 안 쓰고 다니지?"

퇴근길, 아내와 같이 차를 타고 들어오다 보면 늘 듣는 말이다.

광주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아내는 '마스크'에 집착한다. 집에서 한 발만 나가도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가방에도 여분 몇 개는 담아둔다. 손 소독도 자주 한다. 사람이 두 명 이상 모인 곳을 다녀오면 무조건 손을 닦는다. 근자에는 아예 사람 많은 곳은 피한다.

당연히 피곤한 사람은 필자다. 마스크야 늘 차고 다니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손소독제를 로션처럼 발라야 한다. 마트를 들어가기 전, 또 나와서 바로. 은행을 가기 전과 후. 아무튼 집을 벗어난 모든 순간, 옆에 아내가 있다면 손소독제는 필수다.

행동도 제약을 받는다.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한잔'이라는 윤허를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코로나19가 우리 곁으로 온 순간부터 '지인들과 편한 술자리'는 무지개 저편으로 사라졌다.

술 자리 뿐일까. 아내는 등산마저도 막기 시작했다. 가까운 공원 운동도 "그냥 집에서 실내 자전거 타"라고 하명한다.

그럼에도 이해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조심하지 않으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사실 내 몸뚱이 하나야 어떻게 되든 스스로 감당하겠다 생각하면 마스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자기 혼자 걸려서 시름시름 앓다 가면 된다. 그런데 이 전염병은 나 뿐 아니라 타인까지 힘들게 한다.

그러니 나 살자고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답답하게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하고 말도 안 섞어 본 어떤 타인이 나의 교만으로 인해 고통을 당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인류애적인 발상이다.

얼마 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고교생이 마스크를 안 쓴 채 기침을 하는 40대 여성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했다가 여성의 남편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코로나 이전이라면 이 고교생은 전라도 말로 'X가지가 없는' 청소년일 수 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슬기로운 코로나 생활자'다.

명심하자. 이 재난의 시대에서 남들 하는 방역 중 한 가지라도 따라 안 했다면 고민하지 마라. 그 순간부터 그냥 죄인이다. 남 피해 안주며 사는 것, 극히 당연한 도덕이자 상식이며 기본 아닌가.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