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해설사들 "폭우 쏟아지는데 우산 뺏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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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문화관광해설사들 "폭우 쏟아지는데 우산 뺏는 정부"
코로나 직격탄 맞고 일까지 끊겼는데||고용안정지원금 수령했더니 ‘반납하라’||문체부 “해설사 명목 예산 따로 책정”||해설사 "직업 특성 무시한 일방적 지시"||“사전 통지 없이 무조건 반납에 혼란”
  • 입력 : 2020. 09.16(수) 16:51
  • 도선인 기자

연초부터 밀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직장 폐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군 지자체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정부가 지급 완료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다시 반납하라고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년 이상 벌이가 없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숨통을 틔워주는 게 아니라 되려 옥죄고 있는 것이다.

16일 광주·전남지역 자치단체에 따르면 지자체 소속 문화관광해설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국비로 진행하고 있는 재정지원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각 지자체에서 1년마다 한 번씩 개별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이들은 규정상 한 달에 총 5회 이상 활동해야 하는데 1회당 5만원에서 7만원 사이의 활동비가 주어진다.

문제는 코로나였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세에 접어들자, 지역 문화관광해설사 활동은 곧바로 잠정 중단됐다. 지역내 모든 문화관광해설프로그램은 멈췄고 해설사는 원치않는 실업을 맞이해야 했다.

이에 상당수의 해설사들은 개별적으로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고용안정지원금 규정에 따라 이들은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이 발생한 특수고용직·프리랜서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라는 자격으로 지원금 150만원씩을 수령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 7월20일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문화관광해설사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뜬금없이 '반납'을 통보하면서부터다.

반납 통보 사유는 '재정지원일자리사업에 따라 이미 지자체에 편성된 활동비 명목의 예산이 있어 중복수혜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문체부에 문의하니 "올해 코로나로 인해 해설사들의 생계 문제가 대두되자 각 지자체에 '올해 내 정해진 근무 시간을 채운다는 조건을 희망하는 활동가'에게 선지급금 6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설사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정부가 하달한 지침은 '희망자'에 한해서 선 지급 하는 것으로 모든 해설사들에게 일괄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

종합하자면 정부는 활동시간을 채우는 조건으로 희망자에 한해 60만원을 지급하지만, 해당 활동시간을 채우는 업무가 반드시 관광해설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해설사들은 "우리가 관광해설사지, 공무원이 아니지 않느냐. 관광해설 이외의 일에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정부 선지급을 희망하지 않는 해설자도 다수 생겼다.

그런데 선지급을 받지 않는 해설사들에게 정부는 "이중 수혜가 될수 있음으로 고용안정지원금 대상이 아니다"라며 반납을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순천, 나주, 광양, 장성, 담양, 고흥 등의 경우는 활동비 선지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희망자에 한해서 본래 해설활동을 집중적으로 진행하거나 방역 캠페인 등 대체활동을 통해 활동비를 지급했다.

전남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관광해설사는 전문직이라고 봐야한다. 그 지역에 대해 공부하고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며, 또한 지역 관광지를 집처럼 돌아다닌다"면서 "이런 전문가들에게 관광해설 대신 다른 것을 하면 60만원을 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참 사람을 서럽게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차라리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해설사는 활동비 지원을 할수 없게 한다든지 등의 다른 방법도 있을텐데, 정부에서는 무조건 '반납'만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설사 B씨도 "남들이 보기에는 얼마 안되는 돈이지만 벌이가 멈춰버린 해설사들에게는 150만원을 반납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된다"면서 "그리고 전문 해설가들이 대체활동을 나간다 치더라도 그게 5회로 끝날지 더 늘어날지는 지자체의 마음 아니냐. 이게 무슨 지원이냐"고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이미 편성된 일자리 예산이 있기 때문에 지원금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회신 받았다"면서 "반납 대상자 수에 대해서는 개별 신청이라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명확하지도 않은 정부의 규정으로 인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문화관광해설사들은 비 오는 날 우산마저 빼앗기는 형국이 된 셈이다.

담양군은 방역 캠페인 활동으로 해설 활동을 대체했다. 담양군 제공

지난 2017년 진행된 보성군 문화관광해설사 워크숍 모습. 보성군은 상반기에 문화관광해설사 12명 중 희망자 2명에게 활동비 선지급금을 지급했다. 하반기 활동에 대해서는 지급 방향을 고민 중이다. 보성군 제공

장성군의 경우, 교육활동을 제외하고 문화관광해설사들의 해설 활동이 진행되지 않았다. 장성군 제공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