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문학으로 고찰한 청년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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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비문학으로 고찰한 청년 전태일
  • 입력 : 2020. 12.03(목) 15:04
  • 박상지 기자
아, 전태일!

안재성 | 목선재 | 1만8000원



'아, 전태일!'은 전태일에 관한 단순 평면적 고찰을 거부하며 완전한 입체적 고찰을 담고 있다. 그렇게 전태일을 만나고 전태일을 읽을 수 있는 4개의 대표 분야를 설정, 그 분야 대한민국 최고의 필자가 참여했다. 총 4부 각각의 것으로 4권의 작은 책을 만든 셈이다.

1부 '전태일 약전(略傳)'은,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기록한 소평전(小評傳)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평전작가인 안재성 소설가가 맡았다. 지난 40년 동안 거의 유일무이한 전태일 책으로 사랑 받아 온 조영래의 '전태일평전'과는 완전히 새롭고 또 완전히 색다른 평전이다. 비록 소평전이기는 하나, 진짜배기 평전작가의 치밀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한 필치를 맛볼 수 있다. 제2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작가로서 전태일의 사랑의 생애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2부 '전태일과 한국사회'는, 우리나라 노동 정책 및 문제에 관한 한 최고의 학자이며 전문가인 이병훈 교수가 맡았다. 방대하고 실무적인 자료연구, 현장연구, 이 두 개를 깊이 있게 겸비한 필자의 거대담론 전태일을 들어볼 수 있다. 즉, 그가, 그의 불꽃 같은 죽음이 중요 시대별로 한국사회의 전반에 얼마큼 절대적인 파장과 영향을 미쳤는지, 그렇게 함으로써 어떻게 한국사회의 진보를 이끌어왔는지, 수많은 사람의 수많은 글을 예시해가며 학자적인 통찰로 그 연면한 흐름을 펼쳐 보여준다.

3부 '전태일과 한국문학'은, 전태일은 "분명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었을 것이다"라는 추단 아래 전태일 본인의 문학적 글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정상의 문학평론가로서 노동문학 등의 리얼리즘문학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와 저술을 해온 맹문재 교수가 맡았다. 그 자신 역시 제5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인이기도 하다. 전태일이라는 존재가 시와 소설 두 분야에서 공히, 현대 한국문학 속 얼마나 거대한 뿌리로 뻗어내려오고 있는가를, 즉 그 계보와 지형도를 실감 나게 그려 보여준다.

4부 '전태일과 한국영화'는,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연출자인 박광수와 영화평론가 윤중목의 대담이다. 박광수 감독은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 한국영화의 뉴웨이브를 선도했다. 윤중목 시인은 제2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콜라보는 전태일에 대해, 영화에 대해 굽이굽이 장강 같은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놓는다. 대담 자체가 거대한 감동과 흥미진진한 서사다. 그리고 이를 다 읽고 난 후, 전태일에 대해서도 영화에 대해서도 훌쩍 성장한 앎의 소유자가 돼 있을 것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