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한정규>친구 이름말하며 봐 주세요 했더니 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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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한정규>친구 이름말하며 봐 주세요 했더니 되레
한정규 문학평론가
  • 입력 : 2021. 06.22(화) 13:37
  • 편집에디터
한정규 문학평론가
1984년 8월 한가위 다음, 다음날이었다. 자가용 승용차를 운전하고 고향에 갔다 귀경길이었다. 장성읍을 지나 백양사입구 근처 호남고속도로에서 당시 전남도경찰국소속 도로교통법 위반 차 단속경찰 두 사람이 싸이카를 세워놓고 교통단속을 하고 있었다.

그들 싸이카 가까이 가자 차를 갓길로 세우도록 손짓으로 유도했다. 그 손 신호를 따라 갓길에 차를 세웠더니 거수경례를 하며 하는 말이 속도위반을 하셨습니다. 하며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라 했다. 도 경찰국소속 교통단속반에 있는 친구 이름을 대며 부탁한다고 하면서 운전면허증을 건너며 돈 1천원을 함께 줬다. 경찰이 그걸 받으며 우리반장 체면을 생각해서 봐주겠다, 그렇게 말 할 줄 알았는데 그와는 달리 우리반장 체면을 생각 저희들 점심이라도 사 먹을 수 있게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 땐 사고가 아닌 가속 등 가벼운 도로교통법 위반 정도는 단속경찰에 돈을 주면 봐주었던 시절이었다. 주고받는 것 위법한 행위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에 대해 말하면 그렇습니까? 하고 봐주기도 했던 시대라 그냥 봐 줄 것으로 알았는데 친구에 대해 말해 1천이면 될 걸 2천원을 줬다.

그 경찰은 돈을 받고 "사장님 친구에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운전 조심해서 가세요." 했다. 친구 이야기를 하는 사람에게 봐주기는커녕 밥 사먹게 돈 더 달라는 경찰이 밉지 않았다.

그 땐 서로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며 인정이 넘쳤다. 그래서 밥 사먹게 돈을 더 주세요. 말할 수도 있었다. 친구 말을 하며 부탁했더니 오히려 밥값 달라 하더라, 그것도 단속업무를 집행하는 사람에겐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았다. 2000년대 지금 단속경찰이 있다면 돈 주지도 않겠지만 주고 감독기관에 민원을 내는 등 사실을 퍼트려 혼줄 나게 할 것이다. 지금은 인정, 믿음 같은 것 찾아 볼 수 없다. 생각해 보면 그 때가 그래도 살기 좋았다.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살 수 있었으며 주고받는 인정이 넘쳤으니.

그 때보다 훨씬 오래전 이기는 해도 훈훈한 이야기가 있다. 어린이날을 주창했던 방정환 선생 집에 강도가 들어 칼을 들이 되며 돈을 내 놓으라하자 방정환선생이 장롱에서 돈을 꺼내 강도에게 주었다. 강도가 돈을 받아 방을 나가려하자 방정환선생이 돈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강도가 그래, 야! 이 자식아 고맙다. 그렇게 말하고 갔다. 이튼 날 경찰이 그 강도를 데리고 찾아와 이놈에게 어제 밤 돈을 빼앗겼느냐 묻자 방정환선생이 돈을 빼앗긴 게 아니라 쓸데 있으면 쓰라고 주었던 돈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경찰이 강도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 강도가 방정환선생을 평생 모시겠다. 하고 방정환 선생 집에서 선생을 돕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 사람들은 은혜라 생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방정환선생 같은 사람을 바보라 할 것이다. 방정환선생은 비록 강도라도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고 인정으로 대하고 강도 또한 자신의 잘못을 깨우쳐 보답할 길을 찾을 수 있는 인간미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 한국만 해도 산업화 이후 물질이 풍부해지고 경제적 부를 누리며 삶의 질이 향상되고 다양화되자 부모형제는 물론 이웃이 없는 이기적 사고에 묻혀 걸핏하면 음해를 하고 자기 자신만의 삶에 빠져 인정이란 찾아 볼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안타깝다. 그래서 더욱 생각나는 것이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위반 단속경찰에 친구이름을 대며 봐주세요? 했다 되레 밥값이나 주고 가세요. 했던 그 시절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인간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게 인간다운 인간미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