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바다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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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3월 바다 맛!
  • 입력 : 2021. 03.04(목) 15:10
  • 이건상 기자

삼월, 봄이다. 한 시인은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런 미나리 냄새가 난다'고 했다. 그 바람은 참 보드랍다. 봄은 산수유, 매화로만 오지 않는다. 바다에서 먼저 온다. '도다리 쑥국'이 첫 전령이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 했다. 바다 품은 도다리에 겨울을 이겨낸 봄 쑥이라. 경남 통영 향토음식인데, 전라도에서는 쑥 보다 미역을 넣었다. 더 낫다.

봄 도다리에 이설은 있다. 봄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지, 제일 맛난 때는 아니라는 것. 겨울에 알을 낳으니, 산란 후인 봄에는 맛이 조금 덜하다는 얘기다. 생선은 산란을 바로 앞둘 때 살이 통통하고 지방이 도톰해 가장 맛있다. 일본에서는 가을을 제철로 친다.

도다리 사촌 형님이 가자미다. 완도에서는 '까잘매기'라 부른다. '2월 가자미 놀던 뻘 맛이, 도미 맛 보다 좋다.' 허세가 대단하다. 봄에 가자미가 머문 뻘을 떼어다 끓여도 돔 보다 맛있단다. 한방에서는 기력증진 약재로 쓰인다. 구이, 회, 찜, 탕 등 다양하나, 제 맛은 무침 아닐까. 갯가 아낙 새콤한 가자미 회 무침에 막걸리 한~잔!

봄은 또 주꾸미다. 낙지는 영 볼품이 없다. 오죽하면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고 했을까. 주꾸미는 1년생으로 늦봄에 부화해 여름, 가을에 몸집을 키우고 겨울, 초봄에 성체가 된다. 봄 주꾸미에는 밥알 같은 알이 가득하다. 강진 해남 완도가 만나는 도암만이 아지트다.

'3월 거문도 조기는 7월 칠산장어와 안 바꾼다' 또 '칠산바다 조기 뛰니 제주바다 복어 뛴다'고 했다. 추자도에서 자란 조기가 거문도를 지날 때가 3월초, 영광 칠산바다에 다다르면 3~4월이다. 이 때 조기에 알이 들어차고 살이 단단하게 오른다. 파시가 터지고, 동네 개도 돈을 물고, 갯 창에는 분 냄새가 요염했을 테다. 이를 '사흘 칠산'이라 하니, 영광 사람들은 이 때 3일 벌어 1년을 먹고 살았다. 지금 칠산 바다에 조기는 없다. 허나, 맛은 그대로다. 백수 소금 간한 젓갈에, 노릇노릇 구이, 자작자작 조기매운탕….

완도, 해남, 흑산도 지나, 여수, 고흥, 장흥 바다 내음 타고 오고야 말았다. '수국 색 공기가 출렁이는' 봄이다. 네 명 한 상, 한 점, 일 배(杯)로 영접하노니. 이건상 총괄본부장·선임기자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