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바로 세우는 '안중근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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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로 세우는 '안중근 다시보기'
안중근 옥중자서전에 대한 최초 비판정본||독자들의 다양한 해석·비판 기대
  • 입력 : 2021. 03.04(목) 15:46
  • 박상지 기자

안중근 의사의 이등박문 저격 모습. 국가보훈처 제공

안응칠 역사

안중근 | 독도도서관친구들 | 1만8000원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2000년 초반부터 세계는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정보화 물결을 타고 마치 하나의 마을처럼 연결됐다. 하지만 2019년 아베 정권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와 개헌시도는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공영을 위협하고, 아시아 국가들을 신냉전 체제로 몰고 간다는 우려를 증폭시켰다. 다음 해인 2020년 코로나 역병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인류 문명은 급속히 새로운 체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몰락과 국가자본주의 강화, 국가의 귀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큰 정부'의 귀환이 특징적이다. 트럼프 정부가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중국과의 경제 대결에 불을 지폈을 때, 우리는 군사안보와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중 어느 한쪽도 간과할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을 경험했다. 2021년 생존 공동체로서 지구촌의 생명을 가늠하는 지금, 이 같은 시대적 상황이 안중근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안중근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안중근을 살리기 위해서 읽으면 된다. 안중근을 살리는 것은 곧 대한민국을 살리는 것과 다름없다. 안중근이 꿈꿨던 독립된 나라가 바로 현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심층의 사상에 천착해보면, 안중근 살리기가 곧 대한민국 살리기일 뿐만 아니라 동양은 물론 세계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중근의 말은 이 시대에 더욱 값지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제거하고, 인으로 악에 대적하라'는 그의 언명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애친증적'의 배제주의 정의관과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라는 현실 추수주의(追隨主義) 정의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현실 과제를 제시한다. 안중근의 평화와 관용의 정신을 이해할 때 한국사회는 진정 성숙해질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안중근은 여전히 살아 있을 수밖에 없다.

'안응칠 역사'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2월 13일에 쓰기 시작해 1910년 3월 15일에 집필을 완료한 옥중 자서전이다. 이 저술은 1910년 3월 26일 순국으로 미완에 그친 '동양평화론'과 더불어 안중근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헌이다. 안중근의 사상과 정신이 오롯이 담긴 것으로 한반도의 통일과 동양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공존과 공영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정신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안중근의 친필 원고가 발견되지 않은 채, 일본인이 남긴 필사본을 토대로 지금까지 다양하게 나온 편집본들은 그만큼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독도글두레의 연구와 작업으로 출간된 '안응칠 역사'는 엄밀한 판독과 대조 과정을 거쳐 오류를 바로잡고, 이른바 원본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비판정본이다.

이 책은 엄밀한 판독과 대조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안응칠 역사'에 대한 최초의 비판정본이라고 할 수 있다. 안중근의 친필 원고가 없는 상황에서, 많은 오자와 오식, 오류를 지닌 문헌을 주관적인 판단에서 자의적으로 삭제하거나 고치지 않았고, 자료에 근거해 교정했다. 중요한 사실은 기존의 문헌들에 보이는 오류 내지 다른 독법을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해 선택할 수 있도록, 비판 장치에 분명하게 기록해두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책은 얼마든지 다른 독법이 가능하고, 안중근의 원본이 세상에 나올 것을 대비하는 '열린 정본'을 지향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과 독법, 질정과 비판을 바라마지 않는다. 학문은 이러한 참여로 발전하며, 여러 생각들이 모여 앞으로 세워지게 될 '안중근학'의 토대가 될 것이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