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인벤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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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대 인벤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 '사과'
2일까지 인문대앞 추모공간 마련|| “학생들 배불렀으면” 할머니 뜻 || 생전 5·18과 특별한 인연 화제도 ||학생들에 장학금 전달 몰래 선행
  • 입력 : 2021. 03.29(월) 17:18
  • 도선인 기자

40여 년 동안 전남대학교 인문대 앞에서 계절 따라 아이스크림, 귤, 사과, 꽈배기 등 주전부리와 함께 학생들을 위로했던 서길자 할머니(78)가 지난 26일 영면에 들었다. 독자 제공

40여 년 동안 전남대학교 인문대 앞에서 계절 따라 아이스크림, 귤, 사과, 꽈배기 등 주전부리로 학생들을 위로했던 서길자 할머니(78)가 지난 26일 영면에 들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랜시간 함께했던 서 할머니를 추억하기 위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유가족과 전남대 학생들은 살아 생전 '전남대 학생들이 배불렀으면 좋겠다'는 서 할머니의 뜻을 기려 인문대 앞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할머니의 상징인 사과 등 간식을 가져다 놓았다. 간식거리는 누구나 먹을 수 있으며 이 추모공간은 29일부터 4월2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유가족과 전남대 학생들은 살아 생전 '전남대 학생들이 배불렀으면 좋겠다'는 서 할머니의 뜻을 기려 인문대 앞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할머니의 상징인 사과 등 간식을 가져다 놓았다. 간식거리는 누구나 먹을 수 있으며 이 추모공간은 29일부터 4월2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서 할머니는 오랫동안 아이스크림 할머니, 인벤스 라빈스 할머니로 불리었다. 전남대는 학내에서 외부 상인의 판매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서 할머니만은 예외였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대 학생들과 깊은 인연이 알려지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서 할머니는 시위 도중 건물에 갇힌 운동권 학생들에게 떡을 나눠주고 경찰에 쫓기던 학생들을 집에 숨겨주는 등의 일화로 유명하다. 사복경찰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위 관련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슬쩍 눈치를 줬다는 일화도 있다. 이따금 인문대에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전남대의 오래전 모습이나 박관현·박승희 열사가 활동했던 당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전남대를 지켰던 오랜 시간만큼이나 서 할머니와의 추억 이야기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500원짜리 콘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학생이 어느새 교수가 된 사연. 하루는 재미없는 수업시간, 아이스크림을 사겠다던 교수 말에 할머니가 대형 강의실까지 아이스크림 매대를 가지고 와 아이스크림을 나눠주었다는 사연….

서 할머니는 살아생전 학내 여러 소식지를 통해 "집에 있으면 갑갑해서 싫고, 학생들과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전남대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한때 학교에서 장사를 못 하게 했었는데, 학생들이 장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종종 사비를 털어 학생회 학생들에게 소액의 장학금을 전달한 사실도 알려졌다.

전남대 졸업생 홍승완 씨는 학교 수업을 통해 닿았던 할머니와의 인연을 회상했다.

홍 씨는 "과제를 준비하면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계절 늘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를 볼 수 없다고 하니 캠퍼스가 벌써 공허하게 느껴진다"며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귤을 파셨다. 회상해보면 체구는 작으셨지만, 손은 컸던 할머니였다. 2000~3000원에 학생 5명이 충분히 먹을 만큼의 귤을 주셨다"고 말했다.

전남대 재학생 이명노 씨도 할머니와 인연이 깊다.

이 씨는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는데, 홍보활동을 할 때마다 할머니가 격려해줬다.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할머니와 친분을 쌓았다"며 "항상 인문대 앞 같은 자리에서 웃고 계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군대에 있을 때 할머니가 친구들한테 내 안부를 물으셨다고 했는데, 미리 찾아뵙지 못한 것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2000년대 전남대를 다녔던 정달성 씨는 학교 축제 때 서 할머니를 모시고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추억이 있다.

정 씨는 "지난 설 때만 하더라도 정정하셨는데 갑작스러운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며 "할머니가 하숙집도 운영했을 때는 하숙생 친구들까지 밥을 챙겨줄 정도로 정이 넘치셨다. 할머니는 전남대 학생들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고 돌봐주셨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의 큰 딸 신성자 씨는 "몇년 전부터는 그야말로 학생들 얼굴을 보고, 간식을 주러 학교에 머물렀다"며 "장례식장에 전남대 졸업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렇게 학생들이 추억하고 있는 사실을 알면, 하늘에서도 뿌듯해하실 것 같다"고 전했다

서길자 할머니 유가족과 전남대 학생들은 살아 생전 '전남대 학생들이 배불렀으면 좋겠다'는 서길자 할머니의 뜻을 기려 인문대 앞 추모공간을 마련하고 할머니의 상징인 사과 등 간식을 가져다 놓았다. 간식거리는 누구나 먹을 수 있으며 이 추모공간은 29일부터 4월2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