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많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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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화가 많은 세상
  • 입력 : 2021. 06.23(수) 17:17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은 사람들이 늘 화가 나 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화가 가득하다.

화도 화지만 자기 손해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민감반응들이 난무하기도 한다.

어떤 일에 대해 그것이 자기 잘못이라 하더라도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되려 그 잘못을 다른 지탄의 대상을 만들어 돌려 버리기 일쑤다.

새우튀김이 하나 이상하다고(심지어 다음날 그것을 항의했다) 가게 주인에게 폭언을 퍼붓고, 비난을 해 결국 업주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실제 이것이 해당 사업주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사건을 보면, 도대체 왜 이런 것 때문에 타인에게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이런 일은 배달 업소에서는 흔하다고 한다.

어디 거기 뿐이겠나. 요즘 대한민국 사람들은 '작은 손해라도 보는 것'이 무슨 죄악인 것 마냥, 타인을 물어 뜯는다. 마치 좁은 우리 안에 함께 갇혀 있는 투견들 같다.

그래, 지쳐서 그럴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은 늘 힘들고 피곤하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몽을 최대한 웅크리며 사는데, 누군가 실수하거나 건들면 웅크리고 있는 내 자신이 불쌍하고 서러워서 더욱 화를 내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타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기실 우리를 건드는, 혹은 실수하는 이들도 사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웅크리고 사는 이들이다. 코로나에 웅크리고 엄청난 집값에 웅크리고, 넘볼 수도 없는 빈부격차에 웅크리고, 기회 상실에 웅크리고 사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우리 속담에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서는 피눈물 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요즘 말도 안되는 갑질을 하다가 진짜 금융치료(법정 합의금)로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화가 나거든 무엇 때문인지를 먼저 생각하자. 저 사람이 나에게 함부로 해서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 자괴감이 강해져 민감해져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내 실수를 자책하는 것,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좋은 바람과 햇살 속에서 진득이 흐르는 땀방울에 순식간에 쓸려가는 것들이다.

만약 스스로 화가 많이 나는 타입이라고 생각된다면, 주말에 호젓한 길을 찾아서 땀이 나도록 걸어보자. 그러고 난 뒤에도 화가 가시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그때는 그 대상에게 화를 내도 괜찮을 듯 싶다.

부디 어느 영화 대사처럼 우리 사람은 못돼도 짐승은 되지 말자. 분별없이 이빨부터 들이댄다면 그게 바로 미친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