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의 A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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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담양의 A형님
  • 입력 : 2021. 07.21(수) 13:03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알고 지낸 지 오래 되는 A형님이 전남 담양에 계시다. 전라남도의원 출신으로 취재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연을 쌓았다. 무뚝뚝하고 고지식하게 보이지만 속도 깊고 정도 깊은 그야말로 전라도 사나이다.

몇 년간 가끔씩 안부만 주고 받지만, 필자의 칼럼이 나쁘지 않은 날은 꼭 피드백을 해주곤 한다. 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주변에서 발견할 때면 굉장히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들이 이런 것을 취재해야지!"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억울한 이들의 목소리를 언론이 아니면 누가 들어주겠냐는 것이다.

그 역시 글을 쓴다. 주기적으로 게재하는 본인의 이름과 닮은 칼럼은 350편에 달한다.

그 칼럼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담양의 이야기부터 전국의 이야기까지. 갑질의 권력에서 억울한 민초들의 이야기까지. 때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야기도 격정적으로 이끌어가고 때로는 정치에 대한 담론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그의 최근 칼럼에 이런 부분이 있다.

"1억원을 손으로 셀 경우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1원씩 2초마다 세면 7년이 넘고 3초로 잡으면 10년이 넘게 걸립니다. … 중략 … 여러분, 지금 1억 벌어 놓으셨습니까? 도대체 왜? 세는 거보다 버는 게 빠른 그 같잖은 1억이 여러분에게는 없는 것입니까?"

2009년 'sbs 드라마 시티홀'에서 선거유세 중 차승원이 한 말이다. A형님은 칼럼에서 이를 인용해 아래처럼 적었다.

"저렇게 가슴을 뭉클하게 움직여 주는 대통령 후보들 연설을 듣고 싶은 것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훌륭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곁의 수많은 정치인 중 몇 명이나 눈 앞에 닥친 선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선거운동에 임할까요?"

선거가 하루하루 다가온다. 그러자 동면에 들었던 정치꾼, 일명 브로커들도 깨어났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브로커들이 유권자와 후보자들을 속이고 압박하며 자신들의 이득을 취해왔는가. 그럼에도 이들과의 연결을 과감히 끊지 못하는 것 역시 선거 때문이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는 사람이 브로커와 손을 잡은 사람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며, 언론으로서도 이런 지역의 어두운 부분을 감시할 요량이다. 그래야 이 형님의 "기자가 뭐하는 사람이여! 이런 것을 취재해야지!"라는 호통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