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 교육에서 기본이란 무엇인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교육의 창·노영필> 교육에서 기본이란 무엇인가?
노영필 교육평론가·철학박사
  • 입력 : 2021. 07.25(일) 14:03
  • 편집에디터
노영필 철학박사
일상에서 "이 사람은 기본이 안 됐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 기본이라는 표현은 대화의 맥락을 떠나 무슨 뜻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기본이 궁금하다. 사람들은 왜 기본을 따지는 것일까? 상대방에게 기본을 요구하는 것은 나에게 돌아올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본은 합의된 기준이 있기나 하는 걸까? 기본은 공동체를 위한 공통의 요청일 수 있다.

인성에 한정해 기본을 살펴보자. 공동체가 강조되는 시대에서 인성을 말할 때 공자의 인이나 맹자가 이야기한 4덕(인의예지)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AI가 등장한 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기본'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교사들 역시 달라진 기본이 정리되지 않은 채 기본을 안내하는 역할은 버겁다.

소학에서 말했듯이 옛날의 기본은 윗사람을 향한 '세소응대(씻고 청소하고 대답하기)'였다. 이런 방식이 수평적인 인간관계로 바뀐 지금의 기본예절이라고 안내하긴 어렵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기본'은 상하질서를 전제한 가운데 성립한다. 그런데 현실은 교사들이 학생들의 어른으로 취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본을 가르칠 수 없다. 아이러니 상황이다. 학생들의 기본은 국영수다. 훈화하려고 하면 문제를 풀고 수업해야 한다고 견제한다. 엉뚱하게 국영수가 기본이라고 설정하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생각하는 힘은 사라지고 살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우기 위해 사는 꼴이 된 지 오래다.

어른이 없어지면서 부끄러움도 없어졌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도리는 과거부터 계승된 배움이었지만 관계구조가 달라지면서 염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이들에게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만 중요해지고 현재는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접점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할 생존의 '현재'일 뿐이다.

언제부턴가 학교의 학생들과 집안의 자식들이 기존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젊은이들은 "우리가 왜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정면에서 반발한다. 일제의 식민지 잔재도 독재의 폐습도 중요하지 않다. 미래가 없는데 과거는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이다. 과거에 말해왔던 기본이 근본부터 흔들리면서 부모 자식간의 갈등은 책임지려는 쪽이 아니라 포기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즉 어른이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어른들은 기본 앞에 혼돈스러워졌다. 어른들의 적응 속도가 느려지면서 적응된 젊은이들의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속도의 차이가 또 다른 문제로 등장했다. 교육시스템은 공룡의 몸이 되어 신속한 변화가 어렵고, 개인을 고립시켜 결국 학교는 게으른 어른들의 집합소로 변질되었다. 학교가 앞장서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본을 선도할 수 없다. 개별교사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포기하게 만들고 있다. 그 포기하는 흐름이 두렵다.

기본을 담론화할 수 없는 혼돈의 세상이다. 결국 기본이 합의되기 어렵기도 하지만 기본을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기류가 고통스러운 문제가 된 것이다. 게을러진 교사들은 변화된 학생들 사이에 낀 채 어정쩡한 어른으로 어설프게 세상을 안내하고 있다. 단적으로 요즘 교사들은 과거와 달리 기본예절을 강조하지 않는다. 성장에 필요한 요소라고 교과서는 말하지만 교권과 인권을 둘러싼 권리와 의무가 모호해지면서 갈등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을 모색하기에 급급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생물학적 칼로리는 1500~2500칼로리라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신의 문화에 따라 추가적인 필요를 '기본'으로 규정한다. 예컨대 과거 서양사람들이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하는 일을 음식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했다.

교육은 서양 사람들이 예배보는 일처럼 생물학적인 일을 넘어 가치있는 일을 배우는 과정이다. 서양인에게 교회는 칼로리로 환산될 수 없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기본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음식을 먹는 일보다 더 가치 있게 취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듯 육체를 유지하는 칼로리보다 영혼을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한 것들은 살아가면서 너무 많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해왔던 기본이라고 말하는 것 안에는 응축된 가치를 담는 요소가 많다. 그래서 기본은 문화마다 시대마다 달라진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인간이 살아오면서 기본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 기본이 우리라고 표현된 것이다. 기본의 준거가 없어지면서 함께 공생해야 할 우리라는 공통분모가 사라지고 있다. 나 개인만 남고 우리는 사라진 것이다.

AI시대에 그 고립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기본이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유지되어야 할 이유인데도 말이다. 그것이 자식과 부모 사이에 만들어진 관계성이고 학생과 선생 사이의 네트워크인 것이다. 이른바 사람이 사람에게 해야 할 도리다. 그 도리의 기본이 종잡을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 위험하다. 상하질서가 수정되고 관계의 중심이 달라지면서 기본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일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