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어공셋' 아빠가 바라는 복지 서비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오피니언

'어공셋' 아빠가 바라는 복지 서비스

김성수 정치부장

게재 2021-09-28 15:25:16
김성수 정치부장
김성수 정치부장

나는 '어공셋' 아빠다. '어쩌다 보니 공주 셋'을 둔 다둥이 아빠란 의미이다. 딸 셋을 키우다 보니 주변에서 딸들 덕에 호강할 것이란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비행기에서 죽을 팔자인가'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사실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치열한 육아전쟁은 전업으로 자녀를 키우는 가정과 맞벌이 모두 해당되지만 아이 셋은 곱절로 힘든 건 당연지사다. 특히 다자녀 맞벌이에게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의 '워라벨'은 그저 사치일 뿐이다.

육아가 끝나면 달콤한 행복이 찾아올 줄 알았다면 큰 오산이다. 학부모가 되어보니 살벌한 사교육비가 '드루와~'를 외치며 월급통장을 강탈했다. 아이 당 어림잡아 2~3개 학원을 보내려니 '등골이 휜다'라는 말이 남일 같지 않다.

양육이라는 말 뒤에 감내해야 할 책임은 부모의 어깨를 짓누른다. 다자녀 가정이 되니 그래도 공적혜택은 누리고 있다. 전기세·가스비 할인부터 가기 어렵다는 국공립 유치원도 '특별전형'이라는 혜택을 봤다. 거주지가 광주라면 지하철 요금도 무상이다. 무주택자라면 '로또'나 다름없는 아파트 특별 분양 자격도 주어진다.

민간분야에서도 예상치 못한 혜택도 봤다. 최근 아이들 보험 갱신을 하면서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다자녀의 경우 자녀 당 보험료의 5%를 할인해준다는 것이다. 웬 횡재인가 싶더니 잠시 뒤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셋째아이가 태어난 시점부터 무려 9년 넘게 손해를 본 게 아닌가? '미리 알려주지~'라는 원망이 앞섰다.

보험사가 굳이 알려 손해 볼 장사를 하지 않겠지만 공공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기관이 쉬쉬하며 숨긴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혜택을 알리기 위해 부단한 홍보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수급자 중심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느냐다. 다자녀 가정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을 과연 공공기관의 고지 또는 홍보물을 보고 인지했을까? 아니다. 주변 지인을 통해 들었고, 광주거주 다자녀 가정이라면 지하철 요금이 무상이라는 것도 최근에야 알게 된 정보이다. 아직도 모르고 있는 다양한 혜택들도 많을 것이다. 공공서비스가 어쩌다보니 '복불복'같다.

반대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납세의 의무가 주어진다.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세금을 걷는 일엔 너무나도 친절하다. 제때 청구되는 '세금납부 고지서'가 그렇다. 상습 체납자를 찾아내 징수케 하는 38기동대까지 운영된다.

의무를 요구하는 우리사회가 개인의 권리 앞에서 너무나도 상반된 모습이어서 아쉽다.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을 모두들 기억할 것이다. 햇볕도 잘 들어오지 않는 지하 셋방에서 세 모녀는 질병을 앓고 있었고, 수입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2014년 2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 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사회안전망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고지나 정보제공만 이뤄졌다면 최소한 극단적 선택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이번 사건으로 허술한 사회안전망이 도마 위에 올랐고, 같은 해 12월 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기초생활 보장법과 긴급복지 지원법이 개정되었고,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 제공 및 수급권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일명 통상 세 모녀법이라 불렸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집단 또는 개인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절대 사회시스템은 가동되지 않는다. 갈수록 사회보장서비스가 강화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엔 복지혜택이 필요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복지신청주의에서 발굴(고지)주의로의 전환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당당히 누릴 권리를 '고지서'로 받는 그날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