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가 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 암 발병 관련 전수조사와 인력 확충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1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는 광주 서구 화정동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 노동자 사이에서 기름을 활용한 고온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 흄(fume)'에 의한 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조리 흄'은 230도 이상 고온 상태에서 기름이 들어간 요리를 할 때 지방 등이 분해되면서 배출되는 연기로 발암물질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이 자리에는 26년간 학교 급식실 조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19년 폐암 판정을 받고 퇴직한 박지윤씨가 직접 발언에 나섰다. .
박씨는 "정년도 마치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다. 3년 전 원인 모를 가슴 통증이 계속돼 폐암 진단을 받았다"면서 "생각해보면 급식실 근무 환경은 너무 열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급식실 내부는 늘 후덥지근했고 매캐한 조리 연기가 자욱했지만 얇은 마스크 한 장으로 안전을 지켜야 했다. 환풍 시설이 고장난 줄도 모르고 거의 매일 튀김, 부침개, 구이 요리를 만들었다. 고통은 늘기만 했다"고 했다.
박씨는 "비정규직에게 건강권은 사치스러운 남의 나라 이야기다. 그저 시간 내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기계일 뿐이다"며 "고통이 계속 이어지는 것을 막아달라. 또 다른 암 환자가 없는지 교육청은 모두 확인해달라"고 호소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교 급식 노동자의 높은 산재 발생은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다"며 "지난달 31일 기준 '직업성·환경성 암 환자 찾기 119' 접수 현황을 보면 신청자 132명 중 32%인 43명이 급식실 노동자로 다른 산업현장에 비해 가장 수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암 발병 학교 급식 노동자 43명 중 폐암은 21명으로 절반이나 된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3.5%가 폐암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국립암센터 국가 암 통계 '인구 10만 명당 암 유병자 수'보다 24.8배나 높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나날이 학교 급식의 안전성·위생이 강조되면서 급식의 질과 신뢰도는 높아졌는데 급식실 노동 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교육당국은 당장 학교 급식 노동자 대상 암 환자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노동환경 개선, 업무 분담 인력 충원, 인력 배치 기준 상향 조정 등을 요구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