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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열악한 환경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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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열악한 환경 내몰려"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를 아시나요’ < 상 > 실태 
주 15시간 미만 노동에 최저시급
주휴수당 없고 계약서 미작성多
‘꼼수’ 알바 채용공고 증가 추세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생활비 지원

게재 2021-09-13 17:38:29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PC방에서 일하는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 김현지 씨가 손님들이 먹고 남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있다. 김현지씨 제공
광주 서구 화정동의 한 PC방에서 일하는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 김현지 씨가 손님들이 먹고 남은 그릇을 설거지하고 있다. 김현지씨 제공

한 주 간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에 종사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 지급 대상이 아닌데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올해 20살(청소년 기본법상 24살까지를 청소년으로 규정)인 김현지씨는 서구 화정동에 있는 한 PC방에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낮 1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6시간씩 이틀을 일하고 받는 돈은 약 47만원. 5인 이상 사업장에선 휴일 근로시 임금의 5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하지만, 김씨는 올해 최저시급인 8720원을 받는다.

김씨는 가끔 주중에도 다른 아르바이트생 대신 추가 근무를 하는데, 주 15시간을 초과할 때에도 주휴수당이나 유급휴가는 받지 못했다. 심지어 해당 PC방에서 일한 지 1년이 넘도록 근로계약서 한 장 작성하지 않았다.

김씨는 "주말에 사람이 많이 몰려 6시간 내내 자리에 앉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노동 강도는 똑같이 센데도 주 14시간 근무라는 이유로 다른 알바생들이 받는 주휴수당을 못받는다. 결국 시간, 노동강도 대비 돈을 많이 주는 다른 아르바이트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또래인 최효정씨도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다. 과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주말마다 주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장 바쁜 시간대인 오전에는 아르바이트생 2인이 원칙이지만, 청소부터 빵 진열, 계산 등 모든 업무를 혼자 했다.

또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서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각 1부씩 나눠 가져야 하지만, 최씨는 받지 못했다. 수습 기간 월급은 90%까지 지급해야 함에도 첫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의 70%만 받았다.

소규모 가게에서 주로 일했던 최씨는 큰 실망을 하고 4개월도 채 되지 않아 해당 아르바이트를 관뒀다.

최씨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데, 욕설이나 부당대우는 전보다 많이 나아진 편"이라며 "하지만 주 15시간 미만 일자리 공고가 눈에 띄게 늘었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도 전과 다름없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몇 년 전 우연히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알게 돼 노동 상담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또래 친구들과 함께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알바 친화 사업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어 "주변에 임금 체불을 당한 친구들이 있으면 센터를 적극 소개해 준다"며 "나 역시 처음엔 주휴수당의 개념조차 몰랐다. 이젠 제법 나의 권리를 요구하는 법을 알게 됐지만, 주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돼 주휴수당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은 주휴일에 하루치 임금을 별도 산정하여 지급하는 수당이다. 주 5일 근무의 경우, 그 주에 결근하지 않으면 휴일 중 하루를 유급으로 계산하는 제도다. 하지만 주 15시간 이상 근무(휴게시간 제외)가 조건인 만큼,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외 대상이다보니 4대보험 역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점을 악용한 '초단시간 노동자' 채용 아르바이트 공고도 늘고 있다. 주휴수당 지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많아지고 있는 셈이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는 광주시와 함께 전국 최초로 초단시간 청소년 노동자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했다. 지난 1~6월 4주 기준 60시간 미만으로 일한 적이 있는 광주 지역 만 24살 미만 청소년 50명에게 10만원 상당의 광주상생카드를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