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창운>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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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창운>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국가보안법  
송창운 변호사·법률사무소 무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사무처장
  • 입력 : 2021. 10.18(월) 13:28
  • 편집에디터
송창운 변호사.
국가보안법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

현재 시행중인 국가보안법 제1조(목적등)의 내용이다. 내용은 그럴듯해 보이나, 실제로는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조작하고, 국가의 안전이 아닌 정권의 안전을 위해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용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해석·적용하는 데 있어서 집권세력 및 그 수족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정권의 안전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짓밟고 빼앗았다.

멀지 않은 지난 박근혜 정권 때 벌어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에서 우리는 수사기관의 간첩조작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해 증거조작도 서슴지 않는 수사기관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보안법은 과거 정권의 안보를 위해 국민의 생명을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면, 지금은 국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손예진과 현빈이 주연한 인기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제작한 tvN은 북한을 미화하고 국민들을 선동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SBS는 1994년 소설 '장길산'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제작계획을 세웠으나, 당시 '황석영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중이어서 '장길산'이 영상화되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것이라는 당시 안기부측의 요구로 드라마 제작이 무기한 연기됐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뒤에야 제작·방영될 수 있었다.

평론가들로부터 한국 최고 소설로 뽑힐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도 국가보안법을 피해갈 수 없었다. 조정래 작가는 1994년 4월 태백산맥이 이적표현물이라며 고발당했고, 2005년 3월 31일 혐의 없음 결정을 받기 전까지 11년 넘게 수사대상이 돼야 했다. 죄가 없다는 결정을 받기까지 그 오랜 기간 동안 피의자로 살아야 했다.

국가보안법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제정당시부터 인권침해 우려 때문에 폐기동의안이 제출될 정도로 태생적 한계를 지녔던 국가보안법은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마땅히 폐기됐어야 함에도 살아남아 반민주적 집권세력의 도구가 돼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냈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서 빨리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 다수의 인권조약기구들은 지속적으로 제7조를 비롯한 국가보안법 그 자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개정 및 폐지를 권고했다. 지금 폐지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국가보안법의 희생자가 더 생길 것이다.

아직도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재판을 받거나 수사를 받는 사람이 많다. 헌법재판소에는 국가보안법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구하는 사건이 여럿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의 위헌을 선언하기 이전에 이 법이 폐지되길 기원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